[ 2013-03-07]
검사실 스티로폼 위에서 밤새우던 김군 지금은…
김익순 수원검찰청 통신계장
10년 전 사무실서 밤샘공부 각고 6년 정보통신 기술사로
장학금받아 석사과정 마치고 전자통신공학박사 학위까지


"10여년 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검사실에 근무하던 김 군은 국가기술자격증의 최고봉인 기술사 시험을 보기 위해 인천 자택까지의 출·퇴근 시간이 아깝다며 지금처럼 추운 겨울날 사무실 바닥에 두꺼운 공업용 스치로폼을 깔고 뒹굴며 주말부부를 자청하며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검찰청 내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최근 '스티로폼 위에서 뒹굴던 김군 지금은!!!'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은 순식간에 4000여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글의 주인공은 수원지방검찰청 총무과 김익순 통신계장. 평범한 공무원에서 정보통신 기술사의 자격을 따내고,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뒤 최근 전남대에서 전자통신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씨는 지난 2000년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할 당시 되풀이되는 일상을 벗어나 미래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어른들이 말씀하신 '예나 지금이나 빽없고 돈없는 사람은 공부만이 살길이다'라는 말이었죠."

그는 일단 평소 관심이 있었던 정보통신 기술사 시험을 준비하고자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처음에는 정보통신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동영상 강의를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그래서 아주 무식하게 무조건 하루에 거의 8시간 이상 강의를 들었습니다."

김씨는 그 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했다. 인천에 있는 자택까지 출퇴근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주말부부를 했고, 식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사다 먹기도 했다. 사무실에 스티로폼을 깔고 잔 것도 이때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신이 맡은 업무를 더 열심히 했다. "그 때 동료 직원들에게 '기술사를 따면 뭐에 쓸 거냐', '그거 따면 승진 시켜주냐', '그거 할 시간 있으며 용돈이나 벌어라'는 등 폄하의 말을 들었어요. 더 힘들었던 건 아내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더불어 자신감이 위축되는 것이었습니다."

김씨는 그렇게 꼬박 6년이란 시간을 노력한 끝에 기술사 시험에 합격했다.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자 법무부에서 연락이 왔다. 검찰, 교정국, 출입국, 보호관찰소 등 법무부 소속기관 신축청사 중 한 기관의 정보통신 분야 기획·설계·감리·감독 업무를 담당해 달라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그는 또 정부가 지원하는 전액 국비장학생으로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를 지원해 석사과정을 마쳤고 군산지청으로 발령받은 뒤에는 전남대 전자통신공학 박사 학위에 도전했다.

"10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제 자신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생겼다는 점과 주변 분들께 뭔가 도움을 주고 서로 함께 발전해 갈 수 있는 동료로 다가 설 수 있게 된 점입니다. 특히 그동안 저를 이해해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빠 노릇을 하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요."
차지윤 기자 charge@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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