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한성학원에서 3년간 팀장, 강사라는 이름으로 많은 분들 앞에 섰던 황인석 평가사입니다.
학원이 없어지고 지난 몇달간 강의를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 처음 합격해서 강의를 시작할때의 열정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어 수험계를 떠나려고 합니다.^^
뭐...그냥 떠나면 될 것이지 이런 글을 남기나 하시면 할말은 없지만, 그동안 부족한 저를 믿고 따라주신 분들에게 인사정도는 해야할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그동안 강의하면서 합격하신분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들어 참으로 보람된 일이라 생각해왔고, 불합격하신 분들을 보면 수험생때 경험했던 것처럼 마음이 아파왔었습니다.
강사는 강의를 공급하는 공급자임에도 제가 가진 최상의 퀄리티를 수요자인 수험생 분들에게 드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나태해져온 부분에 대한 죄책감과 그러한 제 자신에 대한 실망때문에 이제는 떠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글을 남길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서 먼저 공부한 선배평가사의 입장에서 제가 강의하면서 접했던 수험생분들의 아쉬운 점을 몇자 남겨봅니다.
1.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
현재 수험계에 완벽한 강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과목이든 마찬가지이고, 이는 단순히 강사의 능력부족보다는 감정평가와 관련된 다양한 학문에 대한 체계가 완벽히 잡혀져 있지 않기 때문이고, 법률적인 부분은 우리나라의 법체계가 부족한 부분이 많고 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강사를 맹신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답은 오로지 교수님들의 명저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스스로 교수님들의 책을 보면서 고민하는 것이 합격의 가장 큰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라고, 강사들의 강의는 보조수단으로 활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강의때도 여러차례 말씀드렸지만, 강의는 많이 듣는 것이 좋은게 아니라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강의를 잘 판단해서 효율적으로 보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강의만 충실히 듣고 답안구성만 할 수 있으면 시험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강의를 듣는 것은 장수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2. 강사에 대한 태도.
앞서 말씀드렸지만, 강사는 공급자이고 수험생은 수요자입니다. 세상 어디에가도 독점시장이 아닌 이상 제한적 경쟁시장만 되더라도 수요자가 갑입니다. 가끔 질문하실때 "바쁘실텐데 죄송한데요..."로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수험생분들이 죄송해야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어떤 제품을 사더라도 A/S센터에 전화해서 묻거나 따질때를 생각해보세요....수험생분들은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강사들이 공급하는 강의를 사주는 수요자입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정당히 요구해야하고, 강의내용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당당하게 질문하셔야 합니다. 물론 자료의 정리라든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강사마다 견해의 차이가 있고, 수험생에게 도움이 될것인가 안될것인가를 판단해서 제한적으로 공급할 수는 있습니다.
강사에 대한 평가도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최근에 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논란거리가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강사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의 강사가 "평가사"이고, 결국 선후배가 될 사람들이라면(굳이 이런관계가 아니더라도 익명의 공간에서의 예의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어느정도 예의를 갖추어 평가할 필요가 있겠죠?
3. 실패한 후의 태도.
누구나 수년간 온힘을 다해 준비한 시험에 실패하게 되면 큰 절망에 빠집니다. 저 역시도 그런 절망에 빠진 시기가 있었습니다. 다만, 일정한 기준에 의해 채점되어 나오는 결과에 대해 자신의 잘못 또는 실수를 빠르게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같은 잘못, 실수를 하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합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시험의 제도적인 문제점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시험의 주체는 국가이고, 저 역시 그랬던 것 처럼 수험생은 일반 국민 개개인이므로 이 제도적인 문제점을 고치기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문제 많은 제도 속에서도 내가 빨리 합격할 수 있는 방법은 실패의 원인을 철저히, 냉정히 분석해 고쳐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나보다 열심히 안했던 사람이 먼저 합격하는 모습을 보았다면....그런 경험 없는 다년차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만났던 다년차합격생중에 그러한 시련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내가 보기에 열심히 안했던 것이지, 스스로 나름의 방법을 가지고 합격할 만큼 공부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나면 쉽게 잊혀집니다.
더 많은 내용을 쓰고 싶었는데, 잘 정리가 안되네요.
다시한번 부족한 저를 믿고 따라와주셨던 분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혹여 수험생분들이나 기존 강사분들, 새롭게 강의를 시작하시고자 하는 분들 중에 부족한 제 자료를 필요로 하시는 분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메일주시면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제가 수험기간과 강의하면서 고생하며 정리한 자료라는 생각때문에 쉽게 파일을 넘겨드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훨훨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내년에 법규 팀장하실 분 중에 부족한 제 책인 "Core 감정평가 및 보상법규" 받아주실 분, 받아서 발전시켜주실 분 있으시면 사심없이 넘겨드리고 같이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올 12월에 시험보신분들께 합격이라는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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