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민원에 대한 답변으로써 "답안열람"이 가능하다는 공단측의 답변(전화)에 따라
10월 17일 공단에 방문하여 제 답안을 열람하고 왔어요.
현재 지방에 거주하고 있어서 왕래가 불편하고 제 답안을 직접 본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으니 귀찮았지만
제 다른 요구들을 직접 전달하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라 생각해서 오랜만에 서울에 갔습니다.
이러는 시간에 차라리 공부나 하겠다는 조롱쯤은 이제 흘려버리기로 했으니까...
1. 답안열람과 관련하여...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은 금지되고, 원본 손상을 이유로 직접 열람할 수는 없었습니다.
직원이 제 답안을 간단하게 보여주고 본인임을 확인한 후에 원본을 복사하여 보여주었어요.
이런 일도 처음이라면서...
"아무런 표시도 없는 답안"을 지켜보고 있으니... 요즘 제 마음처럼 허망함이 밀려왔습니다.
채점위원이 채점기준표에 따라 항목별로 점수를 부여한다는데 아무런 표시도 하지않고 어떻게 채점을 한다는 것인지...
자연스레 제가 질문을 하면 직원이 답변을 해주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제 답안에 부여된 점수(각 채점자가 부여한 점수)도 보여달라고 했지만 거절하더군요.
결국 채점자가 정말 3명인 것인지 또 편차가 얼마나 심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감평은 채점자가 2명으로 알고 있음)
답안의 맨 앞면에 수험번호와 이름을 적지 않고, 답안을 실제 작성하는 첫 면에 수험번호와 이름을 적는 것이
원본채점방식이란 점을 고려할 때 좀 의아했었어요.
그 의문점을 말했더니 답안지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그 부분을 끈으로 묶어서 봉인을 하면
채점위원은 수험생의 이름과 수험번호를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또 각 시험장에서 교실당 3~4명의 답안을 추출해서 10명의 답안을 하나로 묶은 후에 공덕동에 있는 본부로 가져온다고 했습니다.
2. "채점기간"과 관련하여...
그 부서의 연간 일정표가 벽에 붙어 있어서 유심히 살펴보니 노무사 시험의 일정이 보이더군요.
8월 6일 ~ 9월 18일 까지가 공식적인 채점기간이었습니다. 정확히 "44일(공휴일 포함)" 입니다.
(이를 감정평가사 시험에 적용해보면 감정평가사 2차 시험의 공식적인 채점기간은 2012년 9월 13일 ~ 12월 4일까지라는 것을 추정해볼 수 있다)
공단에 직접 출근을 해서 오전 9시 ~ 오후 5시까지 공단에 있는 채점실에서만 채점하는 방식인데
2000명이 넘는 수험생의 답안을 채점하는데 너무 부족한 시간이라 생각하지 않냐고 물었어요.
(사법시험과 같은 섬세한 조정과정을 거칠 거라는 이상적 기대는 전혀 하지 않습니다. 8월 6일부터 바로 하겠죠.)
답안을 모두 작성하지 않는 수험생들도 많고, 교수들이 채점을 하다보면 탄력이 붙어서
답안의 내용도 금방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정도의 기간이면 정말 충분하다고 하네요.
채점위원들로부터 시간이 부족하다는 고충을 들은 적도 한 번도 없다고 하구요.
그래서 내가 제 답안을 내밀며 한 번 읽어보라고 했어요. 의미파악은 필요없이 판독만이라도 해보라고...
저는 제가 작성한 노동법 답안 중 하나만 그 자리에서 대충 읽는데도 10분 이상이 걸렸어요.
그러니까 지방에 연고가 있는 채점위원들은 근처에 있는 호텔 등에서 숙식을 하면서 아침부터 와서 채첨을 하고 있으며
휴일에도 채점실을 공개하고 (그동안 내게 한 번도 말한 적 없던) "야간 채점"도 한다고 하더군요.
정말 개"뻥"이라 생각해요. 교수들이 그렇게 성실하지도 그렇게 한가하지도 않거든요.
상상이 가세요? 채점을 위해 호텔 등에서 숙식하며 한달 가량을 머문다는 사실이...
3. 채점기준과 출제위원(채점위원)의 공개와 관련하여...
노무사 시험은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처럼 출제위원들이 채점기준(예시답안, 문제해설)을 왜 공개하지 않는지
그것이 힘들다면 공단측에서 채점기준표의 공개가 왜 이루어 질 수 없는지 물었습니다.
채점기준표를 공개하는 것은 다른 시험에서도 비공개 사항으로 되어있고
그 내용을 출제위원이나 채점위원이 공개하는 것 역시 서약에 위반되는 것이므로 그런 일은 없다고 하네요.
제 주장을 과장이거나 허위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그 내용을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서점에 가면 고시계에서 출간된 "사시 2차 채점평선"이라는 책도 있는데...
여기서 채점평이란 간략한 채점소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목차까지 있는 "문제해설"과 유사한 형태입니다.
4. 시험시행기관의 인식문제...
여러 질문과 해명들이 이어지고 있고 나름 친절하게 해주셔서 견딜만 했는데
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갑자기 다가 오더니
"자네가 그런 것을 왜 신경을 쓰지?" 하고 충고에 가까운 질문과 냉소를 던지는거에요.
불합격생이라는 자격지심이 있는 상황에서 어렵게 찾아간 것인데
그런 소리를 들었을 때의 "수치심"이란 정말...
갑자기 턱을 부셔버리고 싶은 충동, 아니 반드시 부셔버려야 한다는 오기가 내 온 몸을 지배하는 느낌...
좋지도 않은 제 목소리는 커지고 팔은 부들부들 떨리고...
모든 노력이 한 순간 열등감폭발로 폄하되는 일을 지켜볼 수 없으니 당연히 참았어요.
그 때부터 여직원도 한 명 더 와서 설명을 거들어 주었습니다.
채점위원들의 자격을 질문했는데 "산업계 종사자"도 있었습니다. 그게 뭘까요?
이번에 행정쟁송법의 채점위원 중에도 한 명 포함되어 있다고 했어요.
다른 과목은 모르겠구요.
5. 채점기준의 공개와 출제위원 및 채점위원의 공개의 중요성
채점이 정확하고 공정하게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단지 채점기간의 길고 짧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채점기준과 출제위원 및 채점위원의 공개가 전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이 전제될 때 비로서 채점위원들이 성실하고 책임감있게 채점하지 않을까요?
단지 그들의 양심에 수험생들의 인생을 맡겨 두기에는 인간이란 존재를 너무 안일한 거 보는 거라 생각해요.
.........................
덧붙이는 말 :
많은 댓글에 놀랐고 또 공감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민원답변, 전화상담 그리고 이번에 직원들과의 질의시간을 통해 느낀 점은
시험을 관리하는 공단측에서 그동안 시험과 관련된 모든 것을 "비공개"로 해왔기 때문에
수험생(좁게는 나 자신)의 불만과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고 못난 놈의 "불평" 쯤으로 생각한다는 거에요.
그렇지만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모욕적인 점수를 받고 실패를 했는데
그 원인도 제대로 알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 감당하라는 건가요?
"성공을 자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빌 게이츠의 말을
공단이나 출제위원 및 채점위원은 성공을 자축하는 삶만 살아와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요?
채점기준과 출제위원 및 채점위원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분의 댓글을 보면 "노무사"가 채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이 답답하네요.
(감정평가사의 경우 시험과목의 특성상 감정평가실무 및 이론을 현직 감정평가사가 채점하고 있다)
그 분이 현직 학원강사라면 채점위원의 자격에 문제가 될 수 있고
실무와 학문은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한 것인데
수험생 신분을 벗어난 지 5년이 넘은 현직 노무사가 수험생의 답안을 채점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이것이 현직 노무사님들을 폄하하는 의도가 아님은 이해해 주실거라 생각해요.)
여러분들도 이런 불합리한 점을 바꾸고 싶다면
1644 - 8000 또는 면접채점팀( 02 - 3271 - 9282 )으로 전화하셔서
충분한 채점기간의 확보, 채점기준(예시답안, 모범답안, 문제해설... 등 명칭 불문)과 출제위원 및 채점위원의 공개를 요구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공인노무사 시험과 마찬가지로 감정평가사 시험 역시 원본을 보며 채점한다. 산업인력공단 본관 6층에 가면 면접채점팀이 있고 그 곳에 채점실이 2 곳이 있다. 그 곳에서 채점위원들이 모여서 함께 채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채점위원간 독립성이 문제될 수 있다. 한명 한명이 따로 와서 1인 1실로 구분지어 채점할 수도 혹은 함께 채점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함께 채점하는 방법이 더 현실적인 것 같다)감정평가사를 위한 채점실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다.
공인노무사의 경우 노동법 시험시간(150분)이 길어서 사법시험의 민법과목처럼 시험시간을 나누자고 주장하면서, 많은 고민을 거듭하며 근거가 되는 헌법상의 기본권과 헌법판례를 적시하고 간단한 의료지식까지 찾아서 열거해 가며 수험생들이 민원을 넣고 설득을 했지만 공단측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합격생이 똑같은 자료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으니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이 되었다는 전례가 있다. 감정평가사 시험도 작은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현직 감정평가사가 민원을 넣는 방향이 제일 현실적이다. (제도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라는 말뿐인 소리를 하는 평가사가 있기는 한데, 실질적인 action이 없으면 다 공허한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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