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검사, 암진단 넘어 예측까지 한다 (한국일보 기사)

 

유행하는 음식이나 운동을 설명할 때 흔히 붙이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피를 맑게 해준다'는 구절이다. 피는 온 몸을 돌아다니며 영양소를 공급하기에 혈액순환이 잘 돼야 건강하기 때문이다.

혈액으로 몸 곳곳의 이상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건강검진에 혈액검사가 필수적으로 포함돼 있다. 혈액검사를 통해 간염에서부터 간암, 대장암, 췌장암, 폐암, 갑상선암, 방광암, 유방암 등 암의 징후까지 포착한다.

분자진단기술 발달로 피에서 유전자를 뽑아내 어떤 질병에 취약한지, 어떤 약에 잘 반응하는지도 알아내 질병 예방과 진단뿐만 아니라 치료효과도 알아낼 수 있다. 혈액검사로 얼마나 많은 질병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까?


병뚜껑 정도의 피로 갖가지 병 검진


예전에는 혈액검사는 피가 담긴 튜브의 뚜껑을 열고, 검사별로 혈액을 필요한 양만큼 나누어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했다. 이런 탓에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종류가 제한되고 검사에 필요한 혈액량도 많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혈액검사과정이 자동화ㆍ전산화돼 검체 처리가 신속해졌다. 대학병원 등 큰 병원에서는 대부분 혈액

의 검체를 나르는 것부터 모든 검사과정을 로봇시스템으로 빠르고 정확히 진행한다. 응급 검사의 경우 1시간 이내에 결

과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임지향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첨단 진단검사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병뚜껑(7~8

㎖) 만큼의 혈액만 있어도 간, 콩팥, 당뇨병 등 생화학검사와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심혈관 질환, 갑상선, 종양

표지자 검사 같은 면역검사를 한번에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피 한 번 뽑아 암 여부 알아내

'건강 염려증'이 생기는 40대가 되면 피를 뽑아서 하는 종양표지자 검사가 필요하다. 이 검사는 암세포가 있을 때 혈액에 분비되는 단백질(종양표지자)을 측정해 암 여부를 알아내는 것이다. 종양표지자로는 30개 정도가 있는데, 전립선특이항원(PSA), 태아성암항원(CEA), CA-125, AFP 등이 대표적이다.
(참고로 췌장암의 경우 CA-19)

 

PSA검사는 전립선암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다.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림선염이 있어도 PSA 수치가 올라간다. 수치가 5ng/㎖가 넘으면 전립선암일 수 있으므로 초음파검사를 받아야 한다. 개원한 비뇨기과에서 1만5,000원만 들이면 간단히 검진받을 수 있으므로 50세 이상은 1년에 한 번 검사 받는 것이 좋다.


CEA는 정상적인 태아에게도 나타나는 종양표지자로, 대장암과 폐암을 판별하는 데 쓰인다. 위나 십이지장 궤양, 장염이 있어도 CEA 수치가 증가한다. CEA 수치가 10ng/ml이 넘으면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대장내시경 등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CA-125는 난소암과 자궁내막암, 몇몇 림프종이 있을 때 수치가 늘어나는 종양표지자다. 자궁근종, 난소낭종 등 양성종양이나 자궁내막증과 골반염이 있을 때, 생리 중일 때에도 수치가 높아진다.

이 수치가 높으면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자궁에 혹이 생겼으면 주기적으로 관찰해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임 교수는 "혈액을 이용한 종양표지자 검사는 암 발생 가능성을 1차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간단하고 유용한 검사"라며 "특히 암 진단 후 치료효과를 추적하는 데 매우 우수하다"고 말했다.

질환 예측해 개인별 맞춤 치료도

질병 가운데 가장 무서운 병은 암이다. 특히 암 가족력이 있으면 자신도 암에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실제로 상당수 암이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한다는 데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유전성 암의 대표가 바로 유방암과 대장암이다. 유방암은 전체 환자의 5~10%가 유전적 요인으로 생긴다. 대장ㆍ직장암은 전체 환자의 5~15%가 유전과 관련이 있다.

이 같은 유전성 암을 예방하려면 유전자검사가 필요하다. 유전자검사란 특정질환이나 병원체에 나타나는 공통된 유전자(DNA) 변이가 환자에게 존재하는지 확인해 병을 진단하거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것이다.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가족 가운데 2명 이상이 같은 암에 걸렸을 경우, 가족 구성원이 50세 이전에 암을 진단받았거나 희귀 암을 진단받은 경우, 한 사람이 2가지 이상 암을 진단받았다면 유전성 암을 의심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암 유전상담을 통해 암과 관련된 유전자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혈액을 이용한 유전자검사는 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한 계획된 개인형 맞춤 진료를 가능케 해 암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암 이외에도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와 당뇨병, 관절염, 심혈관질환도 혈액검사로 예측할 수 있다. 앞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 가능한 질환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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