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수용(private taking) 사건
<헌재 2009. 9. 24. 2007헌바114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민간기업에게 산업단지개발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1항의 ‘사업시행자’ 부분 중 ‘제16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 재산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사건의 배경】
충청남도지사는 2004. 7. 31. ○○전자를 사업시행자로 하여 아산시 탕정면 토지 일대 2,113,759㎡를 ‘탕정 제2일반지방산업단지’로 지정 승인한 후, 이를 고시하였다. 청구인들은 위 산업단지 내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토지소유자들이었다. 삼성전자는 청구인들과 위 토지의 취득 등에 대하여 협의를 하였으나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여 충청남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게 재결을 신청하였고, 충청남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는 2006. 5. 22. 위 토지 및 그 지상물에 대하여 수용재결하였다. 청구인들은 2006. 7. 24. 대전지방법원에 충청남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를 상대로 이 사건 수용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며(대전지방법원 2006구합2239), 위 소송계속 중 민간기업에게 산업단지개발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입지법’이라 한다) 제22조 제1항의 ‘사업시행자’ 부분 중 ‘제16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대전지방법원 2005아163)을 하였으나, 2007. 9. 19. 이 신청이 기각되자, 같은 해 10. 2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 : 1의 의견으로, 민간기업에게 산업단지개발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22조 제1항의 ‘사업시행자’ 부분 중 ‘제16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 재산권 등을 침해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재판관 8인의 법정의견
가. 산업단지개발사업을 위해 민간기업도 수용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헌법 제23조 제3항은 정당한 보상을 전제로 하여 재산권의 수용 등에 관한 가능성을 규정하고 있지만, 재산권 수용의 주체를 한정하지 않고 있다. 위 헌법조항의 핵심은 당해 수용이 공공필요에 부합하는가,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고 있는가 여부 등에 있는 것이지, 그 수용의 주체가 국가인지 민간기업인지 여부가 아니다. 또한 국가 등의 공적 기관이 직접 수용의 주체가 되는 것이든 그러한 공적 기관의 최종적인 허부판단과 승인결정 하에 민간기업이 수용의 주체가 되는 것이든, 양자 사이에 공공필요에 대한 판단과 수용의 범위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위 수용 등의 주체를 국가 등의 공적 기관에 한정하여 해석할 이유가 없다.
오늘날 산업단지의 개발에 투입되는 자본은 대규모로 요구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산업단지개발의 사업시행자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제한한다면 예산상의 제약으로 인해 개발사업의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만약 이른바 공영개발방식만을 고수할 경우에는 수요에 맞지 않는 산업단지가 개발되어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소모될 개연성도 있다. 또한 기업으로 하여금 산업단지를 직접 개발하도록 한다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민간기업을 수용의 주체로 규정한 자체를 두고 위헌이라고 할 수 없으며,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해 민간기업에게 사업시행에 필요한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법자의 인식에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나. 산업단지개발사업이 공공필요성을 갖추는지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산업입지의 원활한 공급과 산업의 합리적 배치를 통하여 균형있는 국토개발과 지속적인 산업발전을 촉진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고, 나아가 산업의 적정한 지방 분산을 촉진하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산업입지가 원활히 공급된다면 산업단지의 건설이 용이해 질 수 있고, 따라서 산업단지의 건설을 통하여 효과적인 경제적 발전 내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산업단지의 개발로 인한 경제적 발전은, 그간 우리 사회의 사회문화적 발전에서도 큰 초석이 되어왔다. 그와 같은 경제의 발전이 해당 국가공동체에서 영위되는 삶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신장시킨 주요한 동력이 되어 왔다는 점에서, 산업단지 개발의 사회적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산업입지법상 규정들은 산업단지개발사업의 시행자인 민간기업이 자신의 이윤추구에 치우친 나머지 애초 산업단지를 조성함으로써 달성, 견지하고자 한 공익목적을 해태하지 않도록 규율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공공필요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인다.
다. 과잉금지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앞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공공필요성을 검토하면서 확인한 바와 같고,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사업시행자는 협의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의 토지를 시가에 따라 적절히 매수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므로 위 수용조항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임이 인정된다. 산업입지법상 사업시행자에게도 여전히 토지 등에 대한 보상에 관하여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과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하는 의무가 주어지고, 산업단지로 지정된 토지가 사후에 산업단지에서 제외되거나 아니면 산업단지로서의 효용을 상실하게 되면 환매권이 발생하는 점, 사업시행자는 피수용권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하는 점, 산업입지법상 수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적법절차원칙에 따라 진행되도록 보장되는 점, 우리 법제는 구체적인 수용처분에 하자가 있을 경우 행정소송 등을 통한 실효적인 권리구제의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는 점, 수용대상의 범위도 필요한 범위를 넘는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수용자의 재산권을 필요이상으로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할 수 없고,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 및 산업의 지방분산 촉진, 지역경제의 활성화 등의 공익적 중대성을 감안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공익과 사익간의 균형성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라. 평등권 침해 여부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용에 앞서 일정한 토지취득 요건 등을 부과하는 여타의 법률들과 달리, 그러한 요건을 두지 아니한 채 전면적인 토지수용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고 있는 산업단지의 개발, 국가 및 지역 산업의 발전, 고용 창출, 산업의 전국적 분산 및 국토의 균형발전 등의 내용에 비추어 산업입지법은 여타의 법률들과 상이한 공익적 목적과 내용을 가진다고 할 수 있고, 아울러 산업입지법에서도 사업시행자에게는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과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다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을 두고 자의적인 차별로서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2. 재판관 1인의 위헌의견
민간기업이 수용의 주체가 되는 경우는 국가가 수용의 주체가 되어 그 수용의 이익을 공동체 전체의 것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자임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수용의 이익이 공적으로 귀속될 것이라는 보장이 힘들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수용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당해 수용의 공공필요성을 보장하고 수용을 통한 이익을 공공적으로 귀속시킬 수 있는 더욱 심화된 입법적 조치가 수반되어야만 한다. 이를테면, 해당 사업의 수용으로 인한 개발이익에 대하여 지속적인 환수조치를 보장한다거나 그 기업의 수용으로 인한 영업상 수익에 대한 공적 사용의 방도를 마련하고 해당 지역민들에 대한 의무적인 고용할당제를 실시한다거나 하는 조치 등을 부가함으로써 수용을 통해 맺게 된 풍성한 과실을 수용자와 피수용자를 포함한 공동체가 함께 향유하도록 제도적으로 규율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적․제도적 보완이 행하여 지지 않는 한, 이 사건 조항들에 따른 민간기업에 의한 수용은 우리 헌법상 재산권 보장의 가치와 부합되기 어렵다.
또한, 부득이 이 사건 조항들에 따라 민간기업에게 수용권한을 부여할 경우라도, 수용재결에 이르기 전까지 사업시행자에게 미리 일정한 비율의 토지를 매수할 것을 법적 요건으로 규정하는 등과 같이, 사업시행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이 상실되는 것을 완화할 수 있는 여러 방도를 모색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할 것이나 이러한 입법적 고려가 부재한 점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사후경과】
이 결정은 민간기업이 헌법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공용수용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시한 최초의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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