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떻게하면 법이 좀 더 '인간답게' 사람을 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어느 변호사의 대답이다. 저자의 입장이나 철학에 대해선 읽는 이마다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겠지만 책 속에 담겨있는 풍부한 사례와 이야기들은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만 할 듯 싶다.
스스로 결정해야 할 낡은 문제들까지 법으로 규제하려는 법률만능주의는 이제는 버려야 할 낡은 버
릇이다. 머리스타일이나 스커트 길이, 상가에 진열하는 화환의 숫자까지 법으로 정하려는 것은 결
국 국민들을 법의 주체가 아닌 규제나 지도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개고기를 먹거
나 많은 수의 화환을 진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해도 이러한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법률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주로 강권통치나 엄격한 통제가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여러 번
행해졌지만 사회 변화나 문화현상까지 규제하려는 법률 만능주의는 한 번도 성공한 일이 없다. 지
금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옷차림이나 아직도 성업중인 많은 보신탕 집들이 이것
을 증명하고 있다.(p.184)
니체는 괴물과 싸우다보면 괴물이 된다는 말을 했지만 미국의 법률가들 중에 스칼리아와 입장이 다른 사람
들은 그가 쓴 판결문을 읽고 반박할 근거를 찾으면서 성장하는 것 같다. 스칼리는 워낙 독특한 의견을 내놓
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수주의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에 속해 있으면서도 소수 의견에 머
무를 때가 많다. 그러나 그가 쓴 판결문을 보면 정말 세상에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 생각과 전혀 다른 생각도 깨기 어려운 논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p.211)
<흠흠신서>의 ‘흠흠(欽欽)’이란, 삼가고 또 삼간다는 뜻이다. 일체의 편견을 버리고 공정하게 양쪽
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 그리고 몇 번이고 돌이켜 생각해서 진실에 보다 가까이 가려고 끊임
없이 노력하라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산선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법의 원리다.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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