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ugman

이 책은 소득불균형을 ‘경제’가 아닌 ‘정치’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어떤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한 국가의 빈부격차 여부가  근본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미래를 말하다>는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 대학 교수가 2007년 출판한 <The Conscience of

 

a Liberal>을 번역한 것이다. 직역하면 ‘한 자유주의자 (= 진보주의자 ?)의 양심’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철저히 미국 민주당의 신봉자인 크루그먼이기에 조지 부시 정부 시절 정점에 다다른 미국의 계층 간 소득불균형 문제점을 보여주

 

고, 예견되는 새 민주당 정부에 그에 대한 해법인 이른바 ‘새로운 뉴딜’ 정책을 제안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폴 크루그먼이다. 논리는 정확하고, 자료 제시는 완벽하며, 문장은 유려하다.

 

 

크루그먼이 미국의 현대 역사를 들어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단순하다.

 

 

첫째, 한때 미국은 견고한 중산층을 가진 상당히 평등한 사회였다.

 

 

둘째, 1970~80년대 공화당의 보수적 정책(신자유주의)의 결과 오늘날 빈부격차는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다. 

 

 

셋째,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국민의료보험제도 도입과 같은 새로운 평등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크루그먼의 책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원래 빈부 격차가 심하고, 민주당 공화당 양당의 싸움으로 얼룩진 나라였다.

 

 

엄청난 물질주의와 정치부패가 일어난 19세기 후반, 이른바 도금시대(Gilded Age)부터 1920년대 재즈시대(Jazz Age)까지 불평등

 

 

은 극에 달했고 제대로된 중산층은 형성되지 않았다. 복지제도는 전무했고, 소수의 재벌들이 부를 독점하는 동안, 실직하거나 늙거

 

 

나 병든 노동자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했다.

 

 

 

그런데 대공황과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기적이 일어난다. 루스벨트 행정부가 전시 임금통제, 노조활동에 대한 보장, 부유층에 대

 

 

한 증세에 나서면서 갑작스럽게 전후중산층 사회가 형성됐고, 이런 비교적 평등한 소득분배는 30여년 이상 지속된다.

 

 

 

저자는 이를 ‘대압축’(Great Compression)이라고 부른다. 뷰유층과 노동자 계급의 차이는 급격히 줄었고, 노동자 사이의 임금격차

 

 

도 줄었다. 우리가 정병열 혹은 정운찬 책에 나오는 경제학 지식과 달리, 시장의 힘보다는 제도와 규범, 그리고 정치적 환경이 훨씬

 

 

중요했다는 것이다. (역시 케인스 신봉자라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미국은 어떠한가. 크루그먼은 “지금처럼 전체적인 경제성장과 일반적인 미국 국민의 재산과의 연계가 단절된

 

 

것은 현대 미국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단언한다. 1970년대 말부터 소득불균형은 심화되기 시작했지만, 1980~90년대엔

 

 

경제규모의 확장으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데 2007년 현재 미국 전체의 기업이익은 1929년 이후

 

 

최고수준이고 GDP와 고소득층 소득도 마찬가지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35~44살 남성(일반적으로 가장이라고 여겨지는 집단)

 

 

의 소득은 1973년 대비 89.3%에 불과하다. 거시적인 지표들 때문에 얼핏 보기에 미국인의 평균소득은 크게 올라 보이지만, 이는 명

 

 

목상으로 그렇게 보일 뿐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평균소득이 감소했다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1970년대 중반이 되면 미국의 공화당은 상속세 폐지나 사회복지제도 철폐를 주장하는 보수주의 운

 

 

동(conservative movement) 세력에 의해 장악됐다. (영국의 대처 수상도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취했다)

 

 

레이건은 임기 초반 개인소득세와 법인세에 대한 세율을 대폭 인하했고, 이는 주식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던 고소득층 가구에게만

 

 

편중된 혜택을 가져왔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아예 미국의 사회보장제도 자체를 민영화하려 했던 부시 정부에 이르면 사정은 더

 

 

심각해진다. 세금과 사회복지제도의 변화 이외에 크루그먼이 지적하는 또 다른 소득불균형 심화 원인은 노조파괴다. 사태의 진단이 끝나면 해법은 간단할 수도 있다.

 

 

크루그먼은 부자들의 세금을 늘리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라고 제안한다.

 

(이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취했던 정책과 유사한 측면을 보인다)

 

 

 

사실 <미래를 말하다> 책은 신림동 가려고 지하철을 탔을때 어떤 대학생이 이 책을 악세사리 처럼 들고 있었던 것을 보고 관심이 있어 본 것이다. 악세사리라고 하기에는 생각보다 어려운 내용이기는 하다. (다만, 책 두께는 내용의 심각성에 비하면 생각보다 얇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자본과 연계한 일부 부도덕한 정치인 및 정부에 대하여 과감하게 비판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명 박대성씨 (미네르바 사건)사건에서 보듯이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아주 어려운 사회이다. 이렇게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미국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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