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토지 ‘규제’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하소연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제2의 그린벨트”
글 : 李政炫 月刊朝鮮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도시자연공원을 해제하면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묶는 경우 많아
⊙ 토지 이용은 못 한 채 세금 폭탄만 현실로
⊙ 공무원 保身主義로 해결 어려워

취재지원 : 白潤浩 月刊朝鮮 인턴기자
 
지난 9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회의에서 도시공원구역 문제가 논의됐다. 청와대 제공.
 

“죽으라는 거죠.”
 
  10월 초 경기도 평택시 지산동 산1○○-○·산1○○(70,167m2/약 2만 평) 임야(林野) 소유주(所有主) 딸 이모(48)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치겠다”는 한탄을 계속했다.
 
  이씨는 “어머니 이름으로 되어 있지만, 세금은 5남매가 나누어 내고 있다”며 “1년에 세금만 1300만원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토지는 개별공시지가 (m2당)가 3만6300원으로 23억원 규모이다.
 
  재산이 있으면, 그 액수에 비례해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당연하다. 20억 규모의 재산이 있으니, 그에 비례해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의무(義務)다.
 
  이씨가 억울해하는 이유는, 해당 토지는 공시지가만 비싸지 이용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해당 부동산은 2010년 12월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묶였다. 원래는 도시자연공원이었다. ‘구역’ 두 글자가 이씨 집안을 옭아매는 족쇄가 되었다.
 
  부동산 시장에서 ‘구역’이란 무서운 단어다. 개발제한‘구역’, 시가화조정‘구역’, 수산자원보호‘구역’, 공유수면매립‘구역’ 등 일단 ‘구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개발행위가 엄격하게 제한된다. 이런 이유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제2의 그린벨트’ ‘토지 이용의 사망선고’라고 부른다.
 
  이렇듯 토지 소유주가 재산권 행사를 사실상 할 수 없는 제도지만, ‘도시자연공원구역’이 무엇인지 혹은 왜 지정되고 있는지 영문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땅이 구역으로 지정됐다”며 “‘도시자연공원구역’이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이씨 역시 2012년에 자신들의 땅이 ‘구역’으로 묶인 것을 알게 됐다.
 
 
  ‘구역’으로 묶으면 세금 2배 인상
 
  평택시 지산동에 2만 평을 소유한 이씨 5남매는 부동산 규제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실제 소유주인 어머니가 5남매에게 증여(贈與)하는 것도 어렵다. 자녀 1인당 5000만원씩 총 3억원의 증여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개발행위가 제한되어 있으니 매매(賣買)는 엄두도 못 낸다. 최근에는 임야의 일부를 근처 사찰에서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비쳐,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는 “토지를 나누는 것(분할 등기) 자체가 개발행위이기 때문에, 토지의 일부를 떼어 파는 것은 안 되며, 팔고 싶으면 공유지분으로 나눠야 한다”며 토지 일부 매도(賣渡)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러자 이씨 집안은 차라리 지자체 혹은 국가에서 자신들의 부동산을 공시지가로 매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역시 지자체는 거부했다.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구역’ 두 글자가 붙으면서, 더 큰 두려움이 생겼다. 향후 세금이 2배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법대로 한다면, 이씨 5남매는 2010년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에, 세금이 2배 늘어야 한다.
 
  도시자연공원은 재산세가 50% 감면된다(지방세특례제한법 제84조). 그러나 도시자연공원에서 ‘구역’으로 변경되면서, 특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당연히 재산세는 구역 변경 이후 2배 늘어나야 한다. 50% 감면 재산세가 없으니 과거와 비교하면 두 배가 돼야 한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그러나 종전과 같이 50% 감면을 계속해 주고 있다. 즉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도시 주민들의 쾌적한 삶을 위해 도시에는 각종 시설이 필요하다. 도로, 공원, 학교 등의 시설은 주민 모두의 삶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시설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공공복리를 위해 도시계획을 세워서, 이러한 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70년대 이후 건설교통부 고시(告示)를 통해, 도시개발 과정에서 일부 토지가 도로·공원·녹지·학교·광장·유원지 등 52개의 시설로 고시되어 도시계획 시설로 묶였다. 도시계획시설로 고시한 토지는 시설 설치에 지장을 주는 건축물을 짓거나 공작물(工作物·땅 위나 땅속에 사람의 힘으로 만드는 물건. 건물, 터널, 댐, 전봇대, 정원, 우물 등)을 설치할 수 없다.
 
  과거부터 이런 방식으로 전국에서 874만 평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했다. 문제는 이 중 45%에 달하는 부동산이 보상 후 공원, 학교 등으로 개발하지 않고, 그대로 묶어놓은 상태라는 점이다. 재산권 행사를 장기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10년 이상 묶여만 있는 토지를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우선 정부가 해당 토지를 사들일 돈이 없다. 특히 해당 토지를 사들여 공원 등의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은 열악하다. 다음으로 개발 패러다임이 변했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상당수가 ‘공원’이다. 요즈음의 공원은 과거와 다르다. 개발을 하지 않고, 산림을 그대로 두는 것이 오히려 ‘공원’의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국가가 매입해 공원으로 개발하지 않고, 수풀이 우거진 현재 상태 그대로 두는 것만으로도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경우가 많다. 즉 국가는 굳이 돈을 들여 공원 예정 부지를 사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토지 소유주의 희생을 담보로 ‘공원’ 지정을 해제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는 도시공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당연히 토지 소유자들은 반발했고, 이러한 반발로 도시계획시설 지정의 근거가 되었던 도시계획법 제4조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결정(1999.10.21. 97헌바26)됐다.
 
  헌법재판소는 구체적인 해결 방안까지 제시했다. 입법 개선 이후의 도시계획시설 결정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규정을 두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과거 피해 역시 보상해야 한다는 의미), 과거 도시계획시설 결정으로 말미암아 재산권의 침해를 입은 토지 소유자에 (위헌 결정 이후의 구제 제도를 통해) ①금전보상 ②도시계획시설 결정의 해제 ③토지매수청구권 ④수용(收用) 신청권 등의 보장을 제시했다.
 
  즉 장기간 도시계획시설로 묶어놓아 토지 소유주들이 피해가 생기면, ①돈으로 보상을 해주거나 ②도시계획시설로 묶어놓은 것을 풀어주거나 ③국가에서 땅을 사주거나 ④수용을 해주라고 권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원조성계획이 없으면 2015년 10월 1일에, 비록 공원조성계획을 수립했더라도 계획의 인가를 받지 못하거나 상당한 진척이 없으면 2020년 7월 1일에 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풀리게(일몰제, 시간이 지나면 해가 지듯이 규제가 풀리는 제도) 국토법 등을 개정했다.
 
  안행부, “법대로 100% 조세가 원칙”
 
  이러한 사실은 주무관청인 안전행정부 역시 알고 있다. 안행부는 이미 “‘구역’은 도시계획시설이 아니므로 감면은 불가(不可)하다”(안행부 지방세운영과-3922, 2011.8.19)는 입장을 확정했다. 기자가 직접 안행부 지방세특례제도과에 문의한 결과, 정부는 ▲용도가 구역으로 바뀐 것을 감안해 100%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고 ▲만약 100% 과세를 하지 않았다면, 5년 전까지 소급(遡及)해서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발 더 나아가 안행부는 “법이 ‘조세저항(租稅抵抗)’에 우선 한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그러나 행동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있다. 조세저항이 두렵고, 세금을 2배 올리는 것이 스스로도 불합리(不合理)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 5남매의 세금 2배 인상 걱정은 우려가 아닌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세금을 부과하는 지방자치단체는 100% 과세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다.
 
  사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묶여 비슷한 피해를 입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이씨 가족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이들은 과거 공원으로 묶여 있을 때, 2020년이면 규제가 풀릴 것으로 믿고 있었다. 이는 1년에 세금 1000만원을 내면서 버티는 힘이 되었다. 비록 지금은 부담이 되지만  규제가 풀려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그러나 ‘구역’으로 묶이면서, 2020년에도 규제는 풀리지 않게 되었다. 또한 소유 부동산이 구역으로 묶이는 과정에서 의견을 묻거나 통보하는 절차도 일절 없었다. 그 결과 구역으로 묶여 수년이 지난 후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토지가 ‘구역’으로 묶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황이 이러니, 세금을 걷는 지방자치단체는 토지 주인들의 반발이 두려워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자체는 안행부 등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분명한 지침이 내려올 것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상황을 관망(觀望)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유사한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가운데 ‘공원’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고민에서 시작한다. 해당 사안은 법률, 정책 이슈가 복잡하게 엉켜 있다. 기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다양한 피해 사례를 확보했다. 이러한 피해 사례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논란을 추적했다.
 
 
  1억 부동산의 가치는 月 1만원?
 
  유서(遺書)
 
  “진실이 이긴다. 정의가 승리한다.”
 
  그러나 아닌 것을 이제야 느끼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란 뜻을 새기며 목숨 줄을 놓는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의도 하였고, 변호사에게 물어봐도 “당신이 옳다 서울시가 그르다”고 하는데, 서울시는 “재정이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서민의 삶을 나락으로 보내는군요.
 
  재산을 가지고서도 빈곤을 면치 못하며 육체적인 고통을 참으며 사는데, 이빨이 다 망가져도 치료도 못 하고 밥을 소화 못 시키니, 위도 아프고 여기저기 고통이 심하니 여러 가지 못 하면서 참고 사는데, (중략) 힘이 빠져 살 수가 없어서 이제 가려 합니다.
 
  2013년 11월 22일 이○○
 
  2013년 11월 이모(68)씨는 자살을 시도했다. 수면제와 소주를 한꺼번에 삼킨 이씨는 병원에서 위세척 등의 응급조치를 통해 살아났다. 후유증으로 한쪽 눈이 실명했고, 다리 근육이 마비됐다.
 
  1990년부터 이씨는 서울시 은평구 증산동 산○-○(15,121m2)의 약 1/4의 지분을 소유했다. 2001년 서울시는 해당 부동산(봉산자연공원)에 운동기구와 벤치를 설치하여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게 하였다. 2012년 토지 소유주들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서울시와 은평구가 배드민턴 코트와 산책로를 설치하여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부동산 전체를 점유하고 있다며 임야 전체에 대한 사용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재판에서 승소했다. 문제는 액수였다. 재판에 따라, 이씨는 매월 약 1만1000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법원은 부동산 전체가 아닌 산책로와 체육시설 면적만을 계산해 토지사용료를 계산했다. 이씨는 1만1000원이라는 액수에 충격을 받아 자살을 기도했다. 해당 부동산의 공시지가는 8만원(m2당)이었다. 겉으로는 억대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월 1만원의 가치에 불과했다.
 
  ‘공원’ 등으로 묶였을 경우, 겪게 되는 재산상의 손실을 알 수 있는 전형적 사례이다. 이씨의 유서에서 주목할 부분은 권익위 등이 자신의 편을 들었다는 내용이다. 이는 사실이다. 사실, 보상도 하지 않고 개인의 재산을 묶어놓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꾸준히 공원을 풀어주거나 보상하라고 권고(勸告)하고 있다.
 
 
  권익위, “공원 해제하라”
 
 
토지 ‘규제’에 항의하기 위해 설치한 현수막. 전국도시공원피해자연합 제공.

  2008년 11월 서울시 은평구 증산동 산○-7(3,041m2)을 소유하고 있는 정모(67)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시계획시설 중 공원으로 묶여 있어, 사유재산권 행사가 제한받고 있다”며 “서울시는 매수보상하거나 도시계획을 해제해 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권익위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주문
  피신청인(서울시)은 1977년 7월 9일 건설부고시 제138호에 의하여 도시계획시설(공원)로 결정, 고시된 신청인 소유의 서울 은평구 증산동 산○-7(3,041㎡)을 2009년 12월 31일까지 매수보상하거나 위 토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공원) 결정을 해제할 것을 시정 권고한다.
 
  *이유
  도시계획시설 결정은 도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공공의 안녕, 질서와 공공복리의 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해제는 그 입안, 결정권자인 피신청인(서울시)은 도시계획의 효율성 및 도시의 장기적 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하나, (중략) 헌법 제23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는 재산권 보장의 취지에도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중략) 신청인의 예측 가능한 생활설계를 보장하고 재산권 행사의 제한에 대한 불합리함을 시정하기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이 민원 토지를 조속히 보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이나, 피신청인(서울시)의 재정적 상황을 고려하여 늦어도 2009년 12월 31일까지 보상을 하거나 이 민원 토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공원)을 해제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중략) 피신청인(서울시)에게 시정을 권고한다.
 
  즉 공원을 해제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권익위뿐이 아니다. 2012년 국토해양부 역시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도시계획시설은 도시발전의 계획적인 유도와 주민들의 도시경제 활동 및 사회적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반시설이므로 장기미집행 시설이라 하여 무조건 해제할 수 없으나, 사회적 여건 변화로 인하여 불필요하거나 불합리한 시설은 과감히 해제를 유도하여 국민의 재산권이 회복될 수 있도록 운영 및 관리감독을 하겠습니다.(2012.3.20. 국토해양부 도시정책과)
 
 
  서울시, “예산이 없어 어렵다”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보상이 어렵다”는 서울시 공문.

  그러나 권익위와 국토해양부의 권고는 말뿐이었다. 대책은 없었다. 서울시의 입장은 “보상을 해주고 싶지만 예산이 없어 어렵다”이다. 다음은 서울시의 공식 입장이다.
 
  우리 시에서는 토지 소유자들의 보상 요청을 하루빨리 이루어 드리고자 매년 예산을 확보하여 보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재원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이미 공원시설이 설치된 지역, 시설예정지역 등을 대상으로 연차적으로 보상하고 있습니다만,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많은 지역을 보상해 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향후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습니다.(2009.2.11. 서울시 공원조성과)
 
  서울시가 이렇듯 노력하겠다고 말만 하고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자, 정씨는 2011년 8월 다시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정씨의 어려운 개인 사정까지 언급하며, 도시계획시설에서 풀어주라고 요청했다. 당시 권익위가 서울시에 보낸 요청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모씨가 우리 위원회에 제출한 고충 민원은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중환자실에 있는 관계로 많은 빚을 지게 되는 등 생활형편이 곤궁하니 신청인 소유 서울시 은평구 증산동 임야에 대한 도시계획시설(공원) 결정을 해제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이 민원에 대하여 우리 위원회가 2008년 11월 귀 시(서울시)에 신청인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시정권고한 바 있고, 우리 위원회의 시정권고를 받은 행정기관의 장은 이를 존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귀 기관에서는 우리 위원회의 시정권고 내용대로 조치하여 신청인의 고충 민원을 해소하여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요청드립니다.
 
  그러나 서울시의 입장은 변화가 없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보상은 없었다. 비슷하게 묶인 다른 땅은 그대로 두고 정씨의 땅만 보상하거나 공원에서 해제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이다.
 
  정씨는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공원으로 묶인 경우, 담당 지자체의 반응은 이와 비슷하다.
 
  ‘공원’으로 묶여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에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이다.
 
  ‘도시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고 공공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건설교통부 고시를 통해 토지를 공원 등으로 묶던 ‘도시계획시설’은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큰 변화가 생긴다. 즉 공원조성계획이 없으면 2015년 10월 1일에, 비록 공원조성계획을 수립했더라도 계획의 인가를 받지 못하거나 상당한 진척이 없으면 2020년 7월 1일에 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풀리게(일몰제) 국토법 등이 개정되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공원’으로 묶였던 사람들은 2020년 7월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2005년 생소한 개념의 도시자연공원구역이 생겼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도시자연공원구역은 그 규제 강도가 종전의 도시자연공원을 뛰어넘는다고 입을 모은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제2의 그린벨트”
 
  도시계획시설 관련 소송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김은유 변호사는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이렇게 평가했다.
 
  “사실상 제2의 그린벨트가 생긴 것이죠. 만일 자신의 땅이 ‘구역’으로 묶이게 되면 국가에 사달라고(매수청구) 할 수도, 2020년에 풀어주지도(실효되지도 않게) 않게 됩니다. 결국 이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입니다. 즉 헌법재판소가 규제를 완화하라고 했더니 오히려 더욱 법으로 옭아매서 재산권을 침해해 버린 것이죠.”
 
  김 변호사는 ‘구역’ 지정으로 인한 피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도시자연공원구역은 ①그린벨트와 같은 용도구역으로 별도의 시설 설치 없이 그대로 두면서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②국가에 자신의 땅을 사달라고(매수청구권) 할 수 있으나, 제한적이라 거의 불가능하며 ③비록 땅을 국가에 사달라고 하더라도, 개별공시지가가 떨어져 평균치의 50%만 받게 될 것이며 ④손실평가 역시 이미 ‘구역’으로 묶인 상태로 평가되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고 ⑤2020년에 규제가 풀리지도 않는다(실효제도가 없다).
 
 
  ‘구역’ 지정은 떨치기 힘든 유혹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공원으로 묶여서 피해를 입었던 민원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들의 땅이 ‘구역’으로 묶일 수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이러한 걱정은 기우(杞憂)가 아니다.
 
  도시계획을 전문으로 하는 구만수 도시계획기술사(부동산학 박사)는 “공원으로 묶였던 토지 소유주들은 2020년 묶인 규제가 풀리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묶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그 예가 2005년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도입한 것이다”고 말했다. 구 기술사는 “지방자치단체가 2020년까지 예산부족 등으로 장기미집행 공원에 대한 보상을 하지 못할 경우, 이들 공원을 대규모로 ‘구역’으로 지정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리기 힘들 것이다”며 “시·도지사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공원 보상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원’을 풀어주지 않고, 어떻게든 다시 묶으려 한다는 의심이 드는 움직임은 또 있다.
 
  김은유 변호사는 “공원으로 묶인 소유자들이 2020년이 되면 자신의 토지를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다”며 “대표적으로 국토교통부 훈령(訓令)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훈령 제130조 도시·군 관리계획수립지침을 보면, 이런 내용이다. 해당 지침은 “장기미집행된 도시자연공원 및 근린공원 중 해제되는 공원은 가급적 보전녹지지역으로 지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녹지지역은 자연환경·농지 및 산림의 보호, 보건위생, 보안과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녹지의 보전이 필요할 때 지정한다. 현실적으로 개발이 매우 힘든 지역이다. 보통의 경우 법보다 조례, 훈령 같은 하위 조항에 경제생활이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국토부 훈령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김 변호사는 “‘가급적’이라는 표현이 애매하기는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방법으로 규제를 가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세금 폭탄 걱정 현실로
 


 
“도시공원 변경으로 세금 감면이 어렵다”는 용인시 공문.

  단지 새로운 규제로 묶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묶일 경우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공원으로 묶인 토지 소유주들은 ‘구역’ 두 글자가 붙으면서, 세금 역시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불안은 현실이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 ○○(1,216m2) 소유주 김모(58)씨는 1990년대 말에 해당 토지를 구입해, 달팽이 양식장으로 이용했다. 해당 토지는 2009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됐다. 자신의 토지가 ‘구역’에 편입된 것을 김씨가 알게 된 것은 2012년 말이다. 달팽이 양식을 위해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는데, 관청에서 고발조치하는 바람에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구역 지정을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세금이 2배 오른 것도 알았다.
 
  10년 이상 미집행도시계획시설은 재산세의 50%를 감면한다(지방세특례제한법 제84조 제1항). 그런데 ‘구역’이 붙으면서, 재산권 행사는 더욱 제한받으면서 세금은 2배로 늘어났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미집행도시계획시설이 아니다. 당연히 세금 감면 혜택의 대상이 아니다.
 
  용인시는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있다.
 
  우리 시(용인시)는 2009.8.17. 용인고시2009-362호로 도시계획시설인 도시자연공원을 도시자연공원으로 변경 고시하였으며, 기존 도시계획시설(공원)에 대하여는 재산세 50% 감면 적용이 도시공원구역으로 변경된 다음 연도(2010년) 재산세 과세기준일(6.1) 이후로 감면 적용이 배제되었습니다.(2011.10.19. 용인시 세정과)
 
  그러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2배 올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용인시는 예외적인 경우에 속하고 대다수 지방자치단체는 비록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하더라도 종전처럼 50% 감면을 해주고 있다.
 
 
  정부 눈치 보며 종전처럼 과세
 
  이유는 무엇일까. 강훈호 전국도시공원피해자연합 대표는 “아직 자신의 토지가 ‘구역’으로 묶였는지도 모르고 설사 알더라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만일 원칙에 따라 세금을 올릴 경우 ‘용도구역’으로 규제가 상향조정되었다는 것을 통보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세금을 걷는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은 이러한 사실 자체를 모르고 종전처럼 과세하는 경우가 많고, 또 알더라도 엄청난 반발이 예상돼 국토부, 안행부 등에서 적극적으로 행정지도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감안, 인상을 하지 않고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행부는 용도가 구역으로 바뀐 것을 감안해 100%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고, 만약 100% 조세를 하지 않았다면, 5년 전까지 소급해서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향후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
 
  이렇듯 문제가 분명한 사안인 만큼, 정부 역시 나름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국토계획법 제48조 3~5항 규정을 통해 개선을 시도했다. 해당 규정에 따라 ①해당 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장은 10년 이상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2년마다 지방의회에 집행·해제·보존에 대한 향후 계획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했고 ②지방의회에서 해제를 권고하는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지방자치단체장은 해제를 하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더욱 문제를 꼬이게 만드는 것은 공무원들의 보신주의(保身主義)이다.
 
  강훈호 전국도시공원피해자연합 대표는 “일단 규제를 풀거나, 보상을 하면 곧바로 적절했는지 감사(監査)가 들어온다”며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고 있어,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지방 토착 비리의 대부분은 규제 완화와 연결되어 있다”며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 굳이 아무런 대가 없이 규제 완화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 “가이드라인 만들어 해제”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보도자료.

  그렇다면 현 정부는 어떠한가.
 
  박근혜 정부의 경우 지난 9월 3일 대통령 주재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도시 및 건축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도로·공원 등 인프라 시설 설치를 위한 부지로 확정·고시되면 건축물 신축·증축, 공작물 설치 등 개발행위가 전면 제한(制限)되어 국민의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게 된다”며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여건상 설치할 수 없는 인프라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시설 지정 해제를 추진할 경우 특혜시비나 감사의 우려가 있어 해제에 소극적이었다”고 정리했다. 즉 원인은 정확하게 짚고 있다. 당시 정부 발표에 따르면, 공원·도로 등 인프라 시설 부지로 지정만 하고 10년 이상 조성하지 못해 방치된 부지는 전국에 걸쳐 931km2(서울 면적의 1.53배) 규모였다.
 
  이런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는 ▲지자체에 해제를 독려하고, 특혜시비, 감사 우려 등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해제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 배포하고 ▲실현 가능한 집행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상 포함되지 않는 부지는 해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토지 소유자가 지정 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규제로 묶인 토지 소유주들에게 상당히 희망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 발표에 회의적(懷疑的)이다. 사실 지자체 역시 “규제를 풀어주고 싶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못하는 이유는 핑계인지 모르지만, ‘예산 부족’ 때문이다. 핵심은 결국 ‘돈’인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대안 없이 “풀어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정부는 의지(意志)가 있는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모두 “해주겠다” “노력하겠다”고 거듭 말하지만 공무원 누가 나설 것인가. 피해자들의 기대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결실을 맺을 것인가.⊙

 

2015. 3. 26. 선고 2014두42742 판결 〔도시계획시설결정폐지신청거부처분취 소〕

 

 

 

도시계획시설결정에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에게 도시시설계획의 입안 내지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신청에 대한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국토의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한 계획의 수립 및 집행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공공복리를 증진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도시계획시설결정으로 인한 개인의 재산권행사의 제한을 줄이기 위하여, 도시⋅군계획시설부지의 매수청구권(제47조), 도시⋅군계획시설결정의 실효(제48조)에 관한 규정과 아울러 도시⋅군관리계획의 입안권자인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 또는 군수(이하 ‘입안권자’라 한다)는 5년마다 관할 구역의 도시⋅군관리계획에 대하여 타당성 여부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여 정비하여야 할 의무를 지우고(제34조), 주민(이해관계자 포함)에게는 도시⋅군관리계획의 입안권자에게 기반시설의 설치⋅정비 또는 개량에 관한 사항,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지정 및 변경과 지구단위계획의 수립 및 변경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도시⋅군관리계획도서와 계획설명서를 첨부하여 도시⋅군관리계획의 입안을 제안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고, 입안제안을 받은 입안권자는 그 처리 결과를 제안자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 규정에 헌법상 개인의 재산권 보장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도시계획구역 내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과 같이 당해 도시계획시설결정에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으로서는 도시시설계획의 입안권자 내지 결정권자에게 도시시설계획의 입안 내지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고, 이러한 신청에 대한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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