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재건축 가로막는 ‘협동주택’
2007년 03월 14일 (수) 16:56:17
  













‘협동주택’은 국어사전이나 백과사전에 등장하는 흔한 용어, 즉 법적으로 규정된 용어는 아니지만, 오래된 단독주택 밀집지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선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업무담당자들 중 이러한 협동주택의 개념을 정확히 또는 일체 모르는 경우가 상당수여서 현재 단독주택재건축정비사업(이하 단독주택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장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해지고 있다.



협동주택은 1970년대 초, 서울시에서 주거환경개선과 도시기반시설 등을 확충하여야 하는 절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도입하여 시행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초기의 주택재개발사업(이하 재개발사업)은 토지구획정리사업의 기법으로 노후·불량주택과 그 대지를 정리하고 이와 동시에 새로이 공공시설을 확충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구획정리에 의해 새롭게 단장된 대지 위에 협동주택 건립을 유도함으로써 개인은 다가구(다세대)주택을, 서울시와 지방자치단체는 4m∼10m에 상당하는 도로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는 1974년도에 제정되어 그 당시 시행된 「서울특별시 주택개량재개발사업 시행조례」 제4조 제2항 “주택을 건축하는 경우에는 구획 및 건축계획에 적합한 4가구 이상 입체화된 협동주택으로 건축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 경우 협동주택은 단독주택에 준하여 관계법규를 적용한다”는 문구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조례는 그 뒤 시대의 흐름에 밀려 1988년에 폐지되었으나, 그 결과물인 협동주택은 약 1400여 동이나 아직 건재하다.



다세대주택(1985년 건축법 개정)과 다가구주택(1990년 건축법 개정)이 제도화되기 전까지 신축된 협동주택, 즉 1985년 이전에 신축된 협동주택은 실질적으로 다가구 또는 다세대주택 임에도 불구하고 그 제도가 미비하여 단독주택에 준하여 관계 법규를 적용 받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협동주택이 현재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단독주택재건축사업에 있어 ‘암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반 사정에 의해 탄생된 협동주택은, 형태는 다세대이나 등기상으로는 다가구가 되었다. 실례로, 협동주택에는 ‘가호’‘나호’ 또는 ‘1층’‘2층’으로 구분된 공유자가 있다. 그리고, 이 ‘가호’ 속에 2∼3가구가 추가로 존재하기도 하며, 심지어 아예 이러한 표시가 되어있지도 않은 채 여러 세대가 한 울타리 안에서 각기 다른 주거공간을 영위하는 주택도 상당수 있다.



이와 같이 각기 다른 겉모습을 띄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공통된 사항은 ▲이들 모두가 등기부등본상에 협동주택과 몇 호 내지 몇 층으로만 표시되어 있고 ▲이들 모두가 공유자로 설정되어 있다는 데에 지금의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앞서 언급한 조례의 해당 조항의 말미의 문구, “이 경우 협동주택은 단독주택에 준하여 관계법규를 적용한다”라고 명시한 그 한 줄에 있는 것이다.




∥착취와 소외 감수해야 하는 협동주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각종 제세공과금을 마치 구분소유자와 똑같이 최초 그 당시부터 현재까지 개별적으로 납부해 오고 있다. 한마디로 정작 줄 것은 생각지도 않으면서 ‘가져갈 것은 다 챙겨가겠다’라는 식이다.



관할 관청을 방문하여 항의하더라도 ‘실제로 독립된 개별 공간을 영위하고 있다 하더라도 현행 법률상 다세대와 관련된 기준(주차장 확보 등)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구분소유권자로 인정할 수 없다’라는 현실주의적인 답변만 줄곧 되풀이할 뿐, 이에 대한 해결책 모색은 정작 자신들의 일이 아니기에 방관도 아닌 무신경의 일색일 뿐이다. 심지어 어떤 업무담당자는 ‘다세대로 전환해 오면 인정해 주겠다’라고 망언을 일삼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당사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사업(예정)구역 내 주민들, 흔히 말하는 토지등소유자들도 무관심 하기는 매한가지이다. 사업성을 운운하는 경우는 다반사이고, 정작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별반 신경을 쓰지 않거나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협동주택의 소유자들을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가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조합설립인가의 동의율 요건은 토지면적의 2/3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 요건을 생략하더라도,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4/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협동주택’과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한 자’를 배제하고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하기에는 다소 빠듯한 수치이거나 거의 불가능할 수 있는 요건이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누가 자신들이 설립한 조합에서 차후 분양권은 구경도 못한 채 현금청산을 당하여 내 삶의 터전을 남들에게 내어주기만 하고 쫓겨갈 것을 뻔히 알고 감당하면서 동의서를 내줄 수 있겠는가. 이는 주택정비사업을 시행하는 대다수 토지등소유자의 근본 취지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 노후·불량 주택을 개선하여 새로운 아파트 분양권을 취하는 것’이지 단순히 ‘집값을 올려보자’가 아닌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독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구역에서는 이 글에서 언급하는 이들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임을 하루 빨리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이와 같은 사실을 직시하고 관계 법령인 주거정비법의 서두에서는 재건축사업의 주인이 되는 조합원을 ‘건축물 및 그 부속토지의 소유자’로 규정하였지만, 조합설립인가의 요건에서는 현행법상 청산대상자 부류에 속하는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로 강화하여 규정해 놓은 모순되는 규정이 이를 명백히 증명하고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해결책은 있으나 ‘주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

그렇다면 과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최초 이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단독주택재건축사업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재개발사업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오랫동안 제기되어 관할구청과 서울시에 민원이 빗발치고 소송이 잇따르는 등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은 재개발 사업주체의 끈질긴 노력과 서울시의원의 입법발의로 2005년 11월 10일 「서울시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부칙」 제7조(다가구주택의 분양기준에 관한 경과조치)가 개정·시행되면서 ‘다가구 주택소유자라도 1997년 1월 15일 이전에 가구별로 지분 또는 구분소유등기를 필한 다가구 주택은 가구별 각각 1인을 분양대상자’로 인정했다.




위 서울시 조례 부칙의 입법취지는 ▲다수인이 다가구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물을 신축하는 것은 다세대주택의 규제사항을 회피하기 위한 것일 뿐 재개발아파트의 분양권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며 ▲건축허가를 받은 가구수 만큼 위 다가구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면 위 다구가주택은 건축물관리대장상 다세대주택과 구분될 뿐 실질적인 용도는 다세대와 동일하며 ▲건축허가 당시부터 가구별로 지분 또는 구분소유등기를 마친 가구의 권리는 보호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점을 참작하여 서울시 조례에서는 건축허가 받은 가구수만큼 분양권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주거정비법 제19조 제1항에 위배된다 할 수 있으나, 단순한 문리상의 해석을 벗어나 주거정비법의 입법 취지의 근원이 정비사업구역내 토지등소유자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임을 신중히 감안하여 볼 때, 위의 서울시 조례 부칙의 입법취지는 오히려 주거정비법의 그것에 더 부합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재개발사업에만 한정하여 적용되는 부칙일 뿐이며, 단독주택재건축사업에는 어림없는 규정이다. 그래서 일선의 단독주택재건축사업에서는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28조 제5호상의 ‘그밖에 관리처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정관 등으로 정한다’라는 규정에 근거하여 조합정관에 ‘협동주택의 각 지분소유자들에게도 조합원자격을 부여하는 규정을 정관에 명시함’으로써 위 협동주택의 소유자들을 조합원으로 인정하려 하고 있으나, 이는 관할관청 및 서울시의 유권해석으로 제지될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이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정비사업은 어떠한 형태를 취하던지 그 개발의 수혜는 원천적인 소유자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소유자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나, 적어도 같은 논제로 인하여 재개발사업과 단독주택재건축사업이 극과 극의 차별을 받아서는 아니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즉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협동주택의 문제로 ‘재개발사업은 되고 단독주택재건축사업은 안 된다’라는 말은 억지 논리일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를 깨우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현재 단독주택재건축사업의 사업주체는 극히 드물다. 단지 현실을 자꾸만 부정하려 할 뿐이다.




이는 단독주택재건축사업 사업주체들에게 아직까지 이 문제가 현실로 와 닿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으나, 그것은 지나친 안일한 사고라 하겠다. 단독주택재건축사업과 관련된 기본계획은 지난 2006년 3월 17일 서울시에서 고시한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현재는 정비구역지정신청까지 진행된 것이 고작이라 할 수 있으나, 당장 금년 중반기부터 줄줄이 조합설립을 신청할 예정이므로 이 문제가 머나먼 시간이 흐른 뒤의 문제라 할 수 없을 것이며, 또한 누군가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를 간과하면 당연히 입법기관에서는 이와 관련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 뻔한 사실이기 때문에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가져야만 한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단지 조합정관에 명시하는 것이 아니라 단독주택재건축사업의 그 근본적인 법률인 주거정비법이나 서울시 조례를 재개발사업에서 인정하는 ‘협동주택의 각 지분소유자들에게도 조합원자격을 부여’하는 것과 같이 개정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만일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단독주택재건축사업 주체들이 상호 연대하여 국회 및 서울시의회에 정식으로 법률 내지 조례를 개정하여 줄 것과, 극단적인 경우에는 입법기관 내지 행정기관과 소송까지 각오하는 자세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할 때이다. 이제 피할 수 없는 제도의 모순을 바꿀 것을 결정의 시간이 임박해 오고 있다.

이승민 대표이사 / 오엔랜드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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