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락과 평화 ! 어느 것도 바라지 않아
내가 만일 이것으로 족해
게으름의 자리 위에 길게 드러 눕는다면
내 생명의 끝이 되어 그렇게 누워 쉬게 되리라
네가 그럴싸하게
나를 부추겨 스스로 만족하게하고
쾌락으로 내 혼을 빼앗아간다면
그것이 내 최후의 날이다
내기를 하자
...
이렇게 한 이상 다른 말은 있을 수 없다
내가 순간을 향해 말하노니
'멈추어라 너는 참 아름답구나' 라고 말하면
네가 나를 사슬로 친친 묶어도 좋다
나는 기꺼이 멸망해 주마
장송의 종이 울려 퍼지고
너는 종자의 임무로부터 해방된다
시계는 멈추고 바늘은 떨어진다
나의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다

 

 

이 대사는 괴테의 '파우스트' 중 가장 유명한 대목으로 파우스트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에 계약이 체결되는 장면입니다.   세계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대사이기도 합니다.   지식으로도 쾌락으로도 심지어 순결한 소녀 그레트헨과 신화 속의 미녀 헬레나와의 사랑으로도 충족되지 않았던 파우스트는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참 아름답구나' 라고 외치는 순간 죽어 그 영혼이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넘어가게 되는 것이지요.   이상국가를 실현해 가던 파우스트는 결국 이렇게 외치고 죽게 됩니다. 그러나 신은 천사들과 함께 그를 구해 냅니다.

 


  악마가 도전하고 신이 수락한 내기에서 신이 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악마는 신의 사업에 대하여 도전하고 간섭을 하지만 신의 목적을 방해할 수 없고, 결국은 그 목적을 위해 봉사하게 될 뿐이며, 신은 항상 멋지게 국면을 전환시켜 악마 스스로 목을 매도록 밧줄을 제시합니다.   성경 '욥기'의 주인공 욥의 경우든 파우스트의 경우든 모두 신은 승리합니다.   이 내기에서 극의 주역을 맡은  인간은 신과 악마 사이에서 고뇌하고 쓰라린 시련을 겪게 됩니다.  이 신화적 이야기는 적당히 단념하고 손쉽게 사는 것이 인간의 길이 아님을 보여 줍니다.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이렇게 말합니다.


"네 번이나 되풀이된 빙하시대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살아난 무리들은 '달아난 원시인들'이 아니다... 난관을 뚫고, 짐승에서 인간으로 진화한 자들은, 앉은 나무조차 없어진 그 자리에 버티고 있던 무리들이며, 나무 열매가 익지 않자, 짐승을 잡아 고기로 배를 채운 무리들이며, 햇볕을 따라 후퇴하는 대신 옷과 불을 만들어 낸 무리들이다"

 

  
자기 경영은 불리한 역경 속에서도 살아 내겠다는 결심과 고집입니다. 그것은 자기 안의 신을 믿는 것이며, 시련을 성숙으로 전환시켜내는 것입니다. 자기 경영은 자신이 주역인 인생의 무대에서 퇴각하지 않는 것이며, 자신의 뜻대로 살아 내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삶을 향해 외치는 것입니다. "멈춰라 순간이여, 너는 참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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