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부동산 업계에도 정보통신기술(ICT)기술을 접목한 기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블록체인 등 최첨단 기술을 부동산 개발·중개·관리 서비스 등에 접목한 것을 말한다. KB금융지주 산하 경영연구소가 작년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프롭테크 기업 수는 4000여개로, 3년간 투자 유치 금액이 78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빠른 성장세가 돋보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프롭테크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조선비즈가 국내 프롭테크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주거용 부동산 온·오프라인 연계(O2O) 업체 ‘다방’은 그가 직접 업어 키운 아기였다. 말문이 트일 정도까지 키웠다고 생각했고, 사람들도 큰 위기는 얼추 넘었다고 봤다. 그 순간 예상 못 한 변화가 찾아왔다. 더는 자신의 생각대로 회사에서 일할 수 없다고 느꼈고, 새로 창업을 해도 또 다른 성공사례를 만들 자신이 있었다. 또 다른 도전에 나섰고, 그는 다시 업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네모(법인명 슈가힐)’를 키워가고 있다.




이용일(36·사진) 네모 대표는 스타트업계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리서치회사 닐슨을 다니다 고등학교 동창과 창업한 다방을 직방과 함께 국내 대표 부동산 O2O(Online to Offline) 업체로 키웠다. 학부에선 컴퓨터공학을, 대학원에선 광고홍보를 전공해 다방에선 최고운영책임자(COO) 직함을 달았지만, 스타트업의 특성상 영업부터 투자유치, 광고 효과 분석, 마케팅까지 전 분야에 걸쳐 두루 뛰었다.

다방에서 나오게 된 건 더는 회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 직방과의 경쟁에 힘을 쏟던 다방은 벼룩시장과 부동산써브를 보유한 미디어윌에 인수합병(M&A)됐고, 그러면서 창업자가 할 수 있는 몫도 줄었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2016년 3월이었다.

이후 ‘실바’라는 업체를 창업했다. 실버들의 모든 알바(아르바이트)를 줄인 이름으로, 50~75세의 시니어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목표로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곧바로 사업을 접었다. 실버세대가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더러 "굳이 같은 급여를 주고 시니어를 뽑을 필요가 있느냐"며 업체들이 난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패를 겪고 나서 그는 "가장 잘하는 걸 해야겠다"란 생각을 했다. 당시 스타트업 업계에선 부동산서비스는 직방·다방, 배달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처럼 사실상 기존 의식주 O2O 사업은 게임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다시 부동산의 문을 두드렸다. 다방의 공동창업자였던 박성민 슈가힐 부대표와 김창현 개발책임자(CTO)도 합류했다. "원룸·오피스텔 시장이 바뀐 것처럼 상가·오피스 시장도 바뀔 수 있다고 판단했고, 지금도 임대계약을 위해 현수막을 걸고 A4용지를 전봇대에 출력해 붙이는 데 의존하는 시장이라면 기술력으로 충분히 이 분야를 뚫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바를 창업할 때의 경험이 확신을 더했다. 다방 창업자가 발품을 팔아가며 사무실을 구하는 건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사무실·상가를 구하고자 하는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이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란 생각을 하니 답이 뾰족이 없었다"며 "시장을 평정한 킬러서비스도 없던 터라 내가 이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네모 창업 당시를 소회했다.

그렇게 창업한 네모는 출시 초기부터 큰 어려움 없이 시장에 안착했다. 출시 5개월 만에 30만건의 내려받기를 돌파했고, 2만5000건의 물건이 등록됐다. 현재는 200만 다운로드에 41만개의 물건을 돌파했다. SBI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지온인베스트먼트, 하나은행 등 굵직한 투자자들로부터도 누적 90억원을 투자받았다.




다방을 창업할 때 노하우로 공인중개사의 업역을 최대한 침범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는 데 집중했다. 중개인과 임차인을 연결하는 역할과 함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권분석과 컨설턴트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개발자의 끝은 치킨집이란 말도 있는데, 회사 다니다 은퇴해 창업하려는 사람들은 업종과 기대수익률은 모르고 몇번의 사업설명회와 브로커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를 만나 고민 없이 창업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네모가 권리금이나 업체 간 경쟁 강도, 대출, 금리 등 모든 분야에서 시장 비대칭을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상가·오피스 관련 사업을 하나로 묶을 계획도 갖고 있다. 사무실을 구하게 되면 인테리어가 필요하며, 임대관리와 향후 이사·청소까지 필요한데 이런 일을 모두 하나로 묶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일단 올해 손익분기점(BEP)을 넘는 게 단기 목표다. 창업 2년 만에 O2O 스타트업이 BEP를 넘어서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공개(IPO)를 하고 컴퓨터를 통한 상권분석과 컨설팅 알고리즘을 찾아 서비스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인터뷰 내내 ‘시장의 비대칭성’이라는 말을 계속 강조한 그는 "불투명한 권리금이나 부풀려진 컨설팅 수수료로 왜곡된 상업용 부동산시장에 빅데이터와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네모의 서비스로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진혁 기자 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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