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행위도 서비스 사고파는 거래"

입력 : 2014.09.15 03:03

-유광석 박사 '종교시장의 이해'
시장경제원리를 종교에 대입 "신앙도 자기이익 추구가 기본"

이 책, '불경'스럽다. '종교시장의 이해'(다산출판사)라는 제목부터 그렇다. 종교에 '시장(market)'을 떡하니 붙여놓더니, 책장을 넘길수록 점입가경이다. '종교서비스 공급자·수요자' '종교현상은 본질적으로 교환관계' '종교행위의 기본은 자발적 자기이익 추구'…. '신성한' 종교를 저잣거리 시장경제원리에 그대로 대입해버린다. 그런데 읽다 보면 묘하게 설득당하는 매력이 있다.

최근 책을 펴낸 종교학자 유광석(45) 박사는 "종교를 너무 성스럽게만 대하고, 교리나 영적(靈的)인 면만 주목하면서 우리는 종교가 가진 너무도 많은 면을 놓쳐버리고 있다"며 "종교에 대해서도 손에 잡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이 도발적 주제를 다루게 된 동기를 말했다.

유광석 박사는“학부 때 고시공부를 하면서 경제학 등 다른 학문을 접한 것이 종교학과 다른 학문의 학제(學際)연구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유광석 박사는“학부 때 고시공부를 하면서 경제학 등 다른 학문을 접한 것이 종교학과 다른 학문의 학제(學際)연구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책의 큰 이론 틀은 '합리적 선택 이론(rational choice theory)'이다. 간단히 말해 모든 인간이 자신의 시간이나 돈, 정성을 소비할 때는 그럴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종교도 마찬가지. 합리적 선택 이론에서 비롯된 종교시장이론은 서구학계에는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국내에는 아직 생소하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각 종교는 공급자(혹은 판매자), 신자는 수요자(혹은 구매자)이며 이들은 시장에서 경제활동을 하듯 종교활동을 한다. 이렇게 보면 불교와 그리스도교는 각각 브라만교와 유대교라는 당시의 기존 공급자가 제공하지 못한 새로운 종교 서비스를 선보임으로써 새 수요층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근대 이후 세계적으로 탈(脫)국교화가 진행되면서 본격적인 '종교 자유시장경제 시대'가 열렸다. 이런 환경에서 각각의 종교 역시 처음 창시될 때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끊임없이 사회와 호흡하면서 유연하게 진화해왔다. 지역과 민족, 인종을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된 종교들은 글로벌 시장 어디에서나 유통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요층을 붙잡아놓고 있는 셈이다.

유 박사는 "심지어 집단자살한 '인민사원' 같은 사교(邪敎)에 빠지는 사람도 스스로는 합당한 이유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 박탈감 혹은 세뇌(洗腦) 때문에 그런 사교에 빠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점술(占術)도 예외가 아니다. 돈을 지불하고도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만족감'을 얻기 때문에 사람들이 점집을 찾는다는 것. 첨단과학이 발달한 이 시대에도 종교의 소멸을 예견하던 주장들이 오히려 먼저 소멸되는 이유다.

종교는 이렇게 지속적으로 세상과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해가고 있는데 학계나 국가의 정책, 예산 지원 등은 아직도 철저히 공급자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유 박사가 가진 문제의식이다. 행복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알려주는 것이 바로 종교인데 그런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찰 없이 막대한 복지예산만 투여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얘기다. 그는 "어떤 종교의 신자가 '늘었다, 줄었다'고 하는 표면적인 통계가 아니라 국민들이 어떤 이유로 어떤 종교를 찾는지 그 내용을 소비자 입장에서 심층적으로 연구해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종교정보학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14/20140914024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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