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이어 점포 줄이기 나선 은행들
김태성 입력 2017.12.24. 18:18
신한, 지점 통합해 지역 거점화
국민·하나, 그룹장 역할 강화
내년부터는 기업금융이나 자산관리 등에 특화된 허브 점포를 중심으로 소매영업 지점을 한데 모으는 '허브 앤드 스포크(Hub & Spoke)' 전략으로 개별 지점과 인력을 줄여 자연스러운 구조조정 효과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가까운 영업점 6~7곳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커뮤니티 제도'를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지점평가를 할 때 지점 개별 성과가 아닌 커뮤니티 성과만 100%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는 지점과 커뮤니티 성과를 각각 50%씩 평가하고 있다.
커뮤니티제는 지난해 신한은행이 국내 은행 중 가장 먼저 도입한 소그룹 제도다. 커뮤니티에 소속된 점포들이 기업·외환·자산관리 등 각 분야 전문가를 영업이나 직원 교육을 위해 공유하는 제도다. 지점장 중 한 명이 맡는 커뮤니티장에게는 휴가나 연수로 A점포 직원이 자리를 비우면 같은 커뮤니티에 있는 B점포에서 직원을 보낼 수 있는 인사권한도 주어진다. 제도가 정착되면 굳이 모든 개별 점포에 전문가를 한 명씩 두거나 전체 인원을 많이 둘 필요가 없어진다.
이번에 신한은행이 지점평가 제도를 커뮤니티 중심으로 바꿔 커뮤니티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이 같은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제도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현재 6~7개로 묶인 커뮤니티 소속 점포 개수를 5개로 줄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우리은행도 내년에 점포 소그룹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손태승 신임 행장이 "허브 앤드 스포크 제도를 통해 점포별 규모를 줄이고 중심 점포 위주로 영업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고 이에 맞춰 해당 부서에서 실무 작업을 하고 있다.
'콜라보조직'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소그룹 제도를 운영하는 KEB하나은행과 1000여 곳에 달하는 개별 지점을 약 140개 단위 그룹으로 단순화한 '파트너십그룹(PG)제'를 도입한 KB국민은행도 그룹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은행들의 이런 전략은 영업점 통폐합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 말까지 점포 19곳을 없애 현재 884개인 영업점을 865개로 줄일 예정이다.
국민은행도 서울 동역삼점 등 수도권 7곳과 대구·부산 각각 2곳 총 11곳의 영업을 끝내기로 했다.
명예퇴직을 통한 인원 감축도 이어진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와 10년 이상 근무한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여기에는 총 534명이 지원했다. 이는 지난해 411명에서 123명 늘어난 것이다. 은행을 포함해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등 범농협을 합하면 827명에 달한다.
다른 은행에서도 국민은행 2795명, 우리은행 1011명이 떠나는 등 올해만 주요 은행에서 4600명이 넘는 은행원이 퇴직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개별 지점을 중심으로 한 기존 영업 전략은 의미가 없어졌다"며 "소그룹제 강화와 이를 통한 점포 통폐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줄어든 점포와 인력을 빅데이터 시스템이나 모바일뱅킹을 강화해 보완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액 자산가의 이탈 가능성을 예측하는 'WM고자산 고객관리 모형'을 개발했다.
은행에 예치한 자산의 증감 여부와 변동 규모 등 80여 개에 달하는 변수를 활용해 고객이 다른 은행으로 갈 위험성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인데, 기존에는 개별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해서만 알 수 있던 내용이다.
전국 영업점 디지털 창구에 비치된 태블릿PC에 성별·연령대·거주지·직업 등을 입력하면 나와 같은 조건을 가진 다른 사람들의 월평균 소득과 소비금액, 투자 중인 금융상품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빅데이터 기반 상담 서비스도 개시했다.
하나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항마로 모바일 가상 영업점인 '모바일 브랜치'를 만들어 영업점 직원 한 명이 접촉할 수 있는 고객 저변을 확 넓혔다.
영업점 직원이 보낸 홈페이지 주소나 QR코드 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접속해 대출이나 카드 발급을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인데, 신용대출의 경우 고객이 필요한 서류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내면 직원이 확인해 대출을 승인하는 등 일부 영업은 오프라인 지점과 연계해 이뤄진다. 영업점 직원이 굳이 지점이라는 물리적인 한계 없이 더 많은 고객과 접촉할 수 있는 셈이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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