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농지 강제수용' 피해자들 천억원대 배상 확정

송민경 (변호사) 기자 입력 2017.11.29.

[the L] (종합) "국가가 땅 빼앗고 없는 죄 만들었다"..국가 불법행위 손배 책임 인정
/사진=뉴스1


국가가 자신의 땅을 빼앗아 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불법구금과 함께 형사처벌을 당했던 피해자 고 이영복 씨의 유가족들을 포함한 331명이 재심에서 최종 승소해 50년만에 천억원대의 피해를 회복하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8일 고 이영복 씨의 소송수계인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뿐 아니라 고 박재쇠씨 등의 유가족 55명, 고 백천수씨 등의 유가족 등 264명, 고 민정식씨의 유가족 7명의 유사 사건에 대해서도 이날 대법원은 같은 취지로 원고 일부 승소를 확정했다. 이들 소송수계인 331명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토지 대신 1160여억원과 1999년 1월1일 이후의 법정이자를 배상받게 됐다.



고 이영복 씨 등이 토지를 빼앗긴 '구로동 분배농지 사건'의 시작은 박정희 정권 때인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1961년 9월 구로공단을 조성한다며 구로동 일대 토지를 강제수용했고, 1950년 4월 농지개혁법에 따라 구로동 소재 759평을 분배받았던 이씨 등 주위 농민들은 정부에 의해 쫓겨나게 됐다.



이에 이씨와 인근 땅주인 46명은 1967년 3월 정부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정부는 이들을 상대로 보복성 수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씨 등 농민들은 연행돼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구속영장도 없이 불법구금되거나 재구속됐다.



이씨에게는 사기미수 혐의가 적용됐고, 재판에서 증언한 공무원 등에게는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위증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1979년 6월 이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최종 확정됐다. 이후 정부는 이씨의 민사소송에 대해 재심을 청구해 1979년 승소, 빼앗은 땅을 그대로 소유하게 됐다.



이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구로 분배농지 소송사기 조작의혹 사건’으로 명명했다. 이후 1년여의 조사 끝에 2008년 7월 “국가가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사소송에 개입하여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한 사건”이라며 “농민들을 집단적으로 불법 연행해 가혹행위를 가하고 위법하게 권리포기와 위증을 강요한 것은 형사소송법상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진실규명결정을 내렸다.



이에 이씨의 유족들 중 일부는 이씨의 형사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 결국 2011년 12월 무죄가 확정됐다. 이후 이씨의 유가족들은 민사사건에 대해서도 정부가 승리했던 재심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이씨와 관련 공무원 등의 형사사건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점을 언급하며 민사소송 재심 당시 정부가 주장했던 사유인 서류 증거조작 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서울고법은 “구로동 일대의 토지를 구로공단으로 조성하는 등의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이씨는 분배농지를 취득했을 것”이라며 정부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서울고법은 정부가 농지대가 상환을 통해 농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기한인 1998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당시 토지 분배 당시의 현황인 전을 적용해 산정한 토지 시가 상당의 손해액과 그 다음날부터 계산한 법정이율에 따른 이자를 이씨의 유족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