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해영 선생 토지사용료 국가가 전부 지급하라”

2010-03-29 23:09

고(故) 정해영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정재문 전 국회의원이 국가가 주한미군용 아파트 부지로 사용하던 정해영 선생의 토지에 대한 사용료 34억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5부(여상원 부장판사)는 정 전 의원과 해석 정해영 장학회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1977년 한국은 주한미군과의 군 작전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당시 정해영 선생이 소유하고 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토지를 수용했다. 정 선생의 한남동 땅은 2년여를 주한미군이 무상으로 사용하다가 1979년 한국이 미국과 SOFA 협정을 맺으며 주한미군용 아파트 건설 부지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 받았다. 정 선생은 군사상 필요가 없어졌으니 땅을 환매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국가는 이를 들어주지 않았고 소송까지 간 끝에 양자가 합의를 봤다. 합의 내용은 1979년 정 선생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하되 향후 5년간 국가가 무상으로 사용하고, 이후에도 계속 사용하게 되면 정 선생측에 사용료를 지불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정 선생은 다른 법인에 토지 일부의 소유권과 사용료 청구권을 넘겼고, 세상을 떠나면서 아들인 정재문 전 의원 등에게 토지를 상속했다. 정 전 의원은 물려받은 토지 일부를 정 선생의 호를 딴 ‘해석 정해영 장학회’에 기증, 소유권과 사용료 청구권을 넘기기도 했다.
정 전 의원 등은 국가로부터 사용료를 받기 위해 소유권 및 사용료 청구권 이전 사실을 통보했지만 국가는 현재 주한미군용 아파트 부지로 사용되고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공원으로 이용되는 토지에 대해서만 감정을 실시, 사용료를 지급했다. 정 선생과 전체 토지를 구분소유 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아파트가 세워진 지역은 사용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고, 공원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정 전 의원 등은 “고인과 국가의 합의는 구분소유가 아니라 ‘공유’에 기반한 것이었기 때문에 전체 토지에 대해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정 선생과 국가의 토지 소유 형태가 구분소유로 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 선생과 국가간 합의가 이뤄질 당시 구분소유 여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고, 1991년 정 선생이 지적 측량 작업을 하기 위해 국가에 협조를 요청한 사실 등으로 미뤄보면 일반적인 공유관계에 가깝다는 판단에서다.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정 전 의원은 34억원에 달하는 토지 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해석 정해영 선생은 3대에서 9대까지 7선의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서울에 유학한 울산 학생들을 위해 ‘동천학사’라는 기숙사를 25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아들인 정재문 전 의원도 5선, 막내 동생인 정일영 전 의원도 2선의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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