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 이론대로라면..노벨상감

원호섭 입력 2017.05.03. 17:30 댓글 2

물리학 표준모형 핵심 '케이온 입자' 측정 결과 실제값과 이론값 달라


"이 이론이 맞는다면, 노벨상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2016 케이온 학회에서 마지막 발표를 한 기노 이시도리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는 발표 도중 5명의 이론 물리학자를 거론하며 노벨상 이야기를 꺼냈다.


5명의 교수에는 이원종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도 있었다. 모두 '엡실론 케이' 값의 이론값과 실험값이 다름을 밝혀낸 과학자들이었다. 이시도리 교수는 "표준모형이 완벽하지 않음을 이들 과학자가 증명해가고 있다"며 "새로운 이론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대체 표준모형에 어떤 일이 발생한 것일까.


지구에 있는 모든 물질을 쪼개고 쪼개면 원자만 남는다. 원자가 가장 작은 입자는 아니다. 이를 쪼개면 핵과 전자가 나오고, 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 중성자와 양성자는 '쿼크'라고 불리는 더 작은 입자로 쪼개진다. 표준모형은 이런 작은 입자와 함께 자연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인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에 해당하는 입자들도 다루고 있다. 2012년에는 이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 '힉스입자'가 발견됐고 이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표준모형은 완성되는 듯했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잘 들어맞는다는 표준모형은 항상 위협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것이 중성미자의 질량 문제였다. 표준모형의 하나인 중성미자는 질량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1998년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교수가 중성미자가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물리학적으로 물질이 변한다면 질량이 존재한다. 가지타 교수는 2015년 질량이 있음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원종 교수는 "과거 표준모형은 중성미자의 질량이 없다는 전제하에 성립됐다"며 "중성미자에 질량이 존재함이 밝혀진 뒤 표준모형은 수정됐다"고 말했다. 이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힉스입자가 발견됐다. 표준모형이 맞으려면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힉스입자가 발견됨에 따라 표준모형은 굳건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과학자들은 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주인공은 '케이온(Kaon)'이라는 흔한 입자다.




케이온은 양성자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작은 입자로 우주에 흔하게 존재한다. 1947년 우주에서 날아오는 '우주선'에서 발견됐는데, 1964년 제임스 크로닌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 밸 피치 프린스턴대 교수가 케이온이 또 다른 '케이온 반입자'로 변하는 것을 발견해 198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처럼 케이온이 변하는 값을 '엡실론 케이'라고 한다. 문제는 실험으로 구한 엡실론 케이의 값이 이론값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원종 교수는 "이론적으로 엡실론 케이 값을 구할 때 표준모형에 있는 18개의 변수를 사용하는데 아무리 대입해 값을 구해 봐도 실험값과 30% 정도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에야 이론적으로 엡실론 케이의 이론값을 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슈퍼컴퓨터의 발달 때문이다. 이원종 교수는 "수많은 적분을 해야 하는데 슈퍼컴퓨터 없이는 엡실론 케이의 값을 구할 수 없었다"며 "자체 개발한 슈퍼컴퓨터로 아무리 계산해도 실험값과 이론값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찾아낸 표준모형만으로는 이론값과 실험값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 인간이 모르는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연구 결과는 미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D'에 게재됐다. 표준모형이 계속해서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 중 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단지 4%에 불과하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등 96%가 무엇인지 인간은 아직 알지 못한다.




■ <용어 설명>

▷ 표준모형(Standard Model) : 1960년대 이후 확립된 표준모형은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와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밝힌 현대 입자물리학 이론.


최태군 <모든것의 이론>을 읽어보라. (음양화평지인 첨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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