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넘은 신평사 '도덕적해이'…"재산편익·기업눈치보기 사실로"

    

국내 신용등급평가 시장에서 과점 혜택을 누려오던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 3사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 대상 회사의 객관적 평가를 해야 할 이들이 평가 대상 회사 임직원들로부터 재산상 편익을 얻었을 뿐 아니라, 평가 대상 회사의 요청에 굴복해 등급조정을 1년 넘게 공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과 신평사 업계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던 신평사 내부 정보에 대한 외부인 접근도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신평사 부분검사, 종합검사 결과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신평사 업체들은 최근 5년간 신용평가 업무를 하면서 ▲임직원 일부의 평가 대상 회사 임직원들로부터 재산상 편익 ▲평가 대상 회사의 요청에 의해 등급조정 연기 ▲미리 통보 및 공시 지연 ▲계약 체결 전 평가 수행 ▲평가조직이 아닌 영업조직 소속 임직원의 내부평가전산시스템 접속 및 조회 ▲평가위원회 기록 허술 등의 문제가 있었다. 

◇ 임직원 일부, 평가 대상 회사로부터 재산상 편익도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평가 임직원이 평가 대상 회사로부터 재산상 편익을 취했다는 사실이다. 신용정보업감독규정시행세칙 상의 표준내부통제기준 등에는 신용평가회사의 임직원은 신용평가업무와 관련해 거래 상대방 등으로부터 금전·물품·편익 등의 재산상의 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신용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하고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신평사는 이러한 법규칙을 비웃기라도 하듯 재산상 편익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신평은 자체적으로 '편익 등 수령 신고서'를 준법감시실에 신고하도록 규정해 의뢰인·거래상대방으로부터 재산상의 이익을 받은 직원에 대해 사실상의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신평 평가조직 임직원 중 일부가 평가 대상 회사 임직원들에게 재산상의 편익을 받았다.

한기평도 마찬가지였다. 한기평 A실장과 B실장은 2011년 10월 29일과 2012년 9월 5일 신용평가업무와 관련해 평가 대상 회사인 ㄱ사 등으로부터 재산상 이익을 받았다.

◇ 평가 대상 회사 눈치 보며 등급조정 연기하기도

뿐만 아니라 신용평가를 하면서 이른바 '등급 장사'를 해왔던 정황도 나왔다. 사업위험·경영위험·재무위험 등에 대한 판단을 객관적으로 해서 투자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일부 신평사들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평가 대상 회사의 요청에 굴복해 등급조정을 미뤘다. 심지어 평가 대상 회사에 신용등급 정보를 한 달 보름 전에 미리 통보하기도 했다.

한기평 C실 등 4개 평가부서는 2012년 2월 16일부터 2013년 8월 19일 기간 중 ㄴ사 등 6개사의 무보증회사채 또는 기업어음(CP)에 대한 신용평가 업무를 수행했다. 이들 평가 대상 회사는 신용등급(등급전망 포함) 하향 조정 결정을 통보받았고, 한기평에 등급조정을 연기했다.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한기평은 이를 수용했고, 1년 넘게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연기했다. 

한기평은 또 길게는 공시하기 46일 전에 평가 대상 회사에 실무평가회의 등에서 결정된 평가결과를 미리 통보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등급결정권은 평가위원회가 가진다. 평가위원회는 실무평가회의 등에서 결정한 평가결과 등을 토대로 신용등급을 결정한다. 평가위원회는 위원회에서 결정된 신용평가 결과에 한해 평가 대상 회사에 알려준다. 공시하기 전에 추가적인 자료 제출 및 설명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에서다. 즉, 평가위원회 결과가 아닌 실무평가회의에서 결정된 신용등급을 평가대상회사에 통보한 것은 절차에 어긋난 행위라는 것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영업조직 임직원이 평가정보를 조회하기도 

최근 한신평이 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 것과 관련해 국내 대기업의 신용평가 정보가 외국계로 흘러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우려가 우려가 아니었음을 알려주는 단서도 포착됐다. 

신평사들은 외부에서 신평사 내부 정보시스템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박했지만, 실제로 평가조직이 아닌 다른 조직 임직원이 평가정보를 조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2011년 9월 1일에서 2012년 11월 25일까지 검사를 진행하던 중 이 기간에 한기평 D 임직원이 평가진행 상황, 신용등급 결정내용, 등급부여 일정 등의 정보가 들어가 있는 내부전산시스템에 접속해 조회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신평사들의 도덕적 해이는 이외에도 다양했다. 신평사들의 평가위원회 운영도 문제가 많았다. 한기평의 경우 신용등급평가위원회 위원 5명 중 과반이 평가담당부서 인원이었다. 평가담당부서의 의견에 대한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금감원 검사 기간 중 평가위원회 의사록을 약식으로 작성하고 있고, 회의 과정에서의 쟁점사항에 대한 논의 내용도 투명하게 기록되거나 유지되지 않고 있어 지적을 받았다.

나이스신평도 평가위원회 의사록에 평가위원회 개최 일자를 부정확하게 기재하고, 논의내용도 부실하게 적는 등 사후관리에 대해 지적받았다. 

이에 대해 김해영 의원은 "신평 3사 종합결과보고서에 나타난 일련의 비위사실을 보면 누구보다 엄격해야할 신용평가사의 모럴해저드가 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며 "오래된 신평사와 업체와의 유착관계를 발본색원을 위한 금융당국 차원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평사 측은 "금감원의 지적을 받고 개선작업을 해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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