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

황진구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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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요강(The Elements of Style)'이나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는 문장론이나 창작론에 관한 대표적인 책이다. '고종석의 문장'이나 '소설가의 일' 같은 우리나라 책들도 있다. 이런 책들에서 제시하는 글쓰기 방법은 법률문장에도 대체로 유용하다. 예를 들면, 수동태는 한사코 피하라는 것, 명사와 동사 위주로 쓰라는 것, 부사를 쓰지 말라는 것, 불필요한 단어를 생략하라는 것, 한국어의 경우 가짜 동사를 쓰지 말라는 것("신청을 했다"보다 "신청했다"가 낫다. '했다'가 아니라 '신청'이 진짜 동사다) 등등이다. 그리고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은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것이다.



실용적인 글을 쓰는 법률가는 소설가처럼 아름답게 쓰지는 못하더라도 정확한 글,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생각나는 몇 가지만 얘기해 보겠다.



① 간결하게 쓰는 것이 좋다. 논리가 약할수록 글이 길어진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향해 직선으로 가라.

② 이야기를 만들지 마라.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 창작을 하면 진실에서 멀어지고 신뢰성이 떨어진다. 특히 재판서의 경우는 그렇다.

③ 중요한 것을 먼저 써라. 논거들 중에는 핵심이 있다. 그것이 설득력을 가질 때 공감이 이루어진다.

④ 법률문서는 글을 통한 대화인 경우가 많다. 동문서답을 아름답게 쓰는 것보다 투박하더라도 물어본 것에 대답해 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

⑤ 섬세하게 써라. 사실관계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볼 수 없다'와 '보기 어렵다'는 어감이 다르다. 가려서 써야 한다.

⑥ 쉽게 쓰는 것이 좋다. 법률용어 같은 전문용어는 존재가치가 있고 언제나 순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러 어려운 말을 만들어 쓸 필요는 없다.


얘기하자면 끝도 없지만, 요컨대 "이야기를 복잡하게 하지 않으려면 '진실'을 말하는 것이 가장 좋다."(오에 겐자부로,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법률문장도 사실과 생각하는 바를 숨김없이 정확하고 간결하게 쓰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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