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어디에서 올까?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세 분야에서 온다. 돈 문제, 인간관계, 육신(肉身)의 질병이다.
돈은 너무나 광범위한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그다음에 가족, 친구, 직장 상사, 천적(天敵) 등 모든 관계에서 고통이 온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얼마나 고통이 깊고 길게 가는가! 믿었던 사람이 배신하였을 때 얼마나 고통스럽던가! 그리고 몸에 병이 오면 고통스럽다.
이 세 가지 고통의 출발점을 분석해 보면 제1 원인은 돈이다. 돈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가 오고, 스트레스를 겪다 보면 질병이 찾아온다. 그래서 인간은 참선면벽(參禪面壁)보다도 돈을 벌어보아야 도(道)가 닦이고 성숙해지는 것 같다. '도'와 '돈'은 받침 하나 차이다. '도돈불이'(道돈不二·도와 돈이 둘이 아니다)다.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가는 누구나 골몰하지만 어떻게 써야 하는가는 골몰하지 않는다. 돈을 쓰는 데도 차원과 등급이 있다.
첫째는 적선(積善)이다. 상대방으로부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쓰는 돈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으므로 크게 섭섭할 일도 없다. 진짜 양반 집안 사람들이 이렇게 돈을 쓴다.
둘째는 일본 사람들이 말하는 '기마이'이다. 기분 좋게 밥도 사고 술도 산다. 체질적으로 밥 사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마이가 도를 넘으면 흥청망청이 된다.
셋째는 뇌물이다. 뇌물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이 뇌물에 걸린다.
뇌물에도 유형이 있다. 뇌물을 줄 때 그 속에다가 설사약을 집어넣는 경우다. 이런 돈을 받으면 반드시 설사한다. 낚싯바늘과 가시가 들어간 사례도 있다. 이런 돈을 받으면 낚싯바늘이 목에 걸려버린다. 낚싯바늘을 제거해서 먹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고도의 기술과 내공이 필요하다. 보통은 다 가시에 걸린다. 큰 재벌이 주는 돈은 가시가 적지만 중소업체가 주는 돈은 낚싯바늘과 가시로 범벅이 되어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돈에 비상을 타는 수가 있다. 이거 먹으면 바로 사망이다.
위험을 알면서도 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고 정치인의 팔자다. 돈은 원수(怨讐)이고 마귀이지만 때로는 천사도 된다.
[출처 : 프리미엄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