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그는 축적된 독서량, 모방, 시집 읽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글쓰는 능력은 진화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 자신이 그랬다. 1988년 종합일간지에서 일하기 전까지 한국어로는 글다운 글을 써본 적이 없다. 신문사 생활은 1983년에 시작했지만 영자신문이었다. 대학 시절에는 레포트를 쓰는 일도 힘겨웠고, 초·중·고 시절 문예반 활동을 한 적도 없다. 그의 무기는 엄청난 독서량이었다. 책 욕심이 많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책을 사들였고, 나중에는 서점에서 책을 훔치기도 했다. ‘책 도둑’ 시절 일화는 지금은 절판된 그의 첫 소설 <기자들>(1993)에 상세하게 나와 있다.



그는 영자신문 기자일을 할 때 외국신문 글의 형식 등을 모방했다. 한국어로 글을 쓸 때는 고 김현 서울대 불문과 교수,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소설가 복거일 글의 겉만이 아니라 생각까지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처음에는 흉내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 모방의 흔적이 지워지는 과정이 글쓰기가 진화하는 과정이다.”




젊은 시절 그는 문학책보다는 지식과 정보가 담긴 책을 선호했고, 지금도 소설은 거의 읽지 않는다. 시는 예외다. 그는 논리와 사고로 이뤄진 글에 시어의 리듬과 질감을 얹으면 명료하기만 한 게 아니라 아름답기도 한 글을 쓸 수 있다고 믿는다. “시는 한국어의 엑기스다. 모국어의 엑기스가 글에 점점이 박혀 있으면 좋은 글이 된다.”



글쓰기 강좌의 다음 수순은 절필 철회가 될 수도 있는 걸까. “아니다. 글쟁이로서의 이력은 끝났다”고 그는 말했다. “스페인 시인 로르카의 시를 한국어로 옮기고 싶긴 하지만, 그건 실현된다 하더라도 번역이지 내 글은 아니다.”




출판사 알마는 12월 초까지 진행되는 그의 글쓰기 강좌를 책으로 묶어낼 예정이다. 출판사 곰은 곧 그의 인터뷰집을 펴낸다. 절필은 했지만, 그가 자신의 ‘말’과 ‘책’까지 끝내진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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