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이 넘는 집을 사도 못 보고 계약하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 많죠. 1958년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건설된 최초의 한국식 아파트 종암아파트 분양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부동산 유통 생태계는 바뀌지 않았고 깜깜이분양, 떴다방 같은 잡다한 관행만 이어져 왔어요. 소비자 눈높이는 올라가고 새로운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4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사무실에서 만난 권재현(36·사진) 올림플래닛 대표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부동산업계의 디지털화가 소비자의 만족도와 이익을 더 높이고, 부동산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가 2015년 창업한 올림플래닛은 부동산 분양시장에 특화된 프롭테크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부동산 전방 시장(시행·시공·분양)에서 VR(가상현실)기술을 활용해 부동산 분양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집뷰’를 개발했다.

권 대표는 "원래 건설업계에서 VR기술 활용은 단순히 분양상품을 홍보하는 이벤트에 그치는 수준이었다면, 집뷰가 제공하는 VR콘텐츠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는 부동산 프로젝트 개발 단계에서부터 컨설팅, 분양 영역까지 부동산 전방 시장의 공급나 다자 간을 연계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언제 어디서나 공급자와 소비자가 쉽고 편리하게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집뷰의 가상현실(VR) 콘텐츠는 몰입형 3차원(3D) 게임엔진 기술로 제작된다. 건축 설계도만으로 실제 모습과 똑같이 구현해내는 것이다.


권 대표는 "건설사들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만드는 기존 사이버모델하우스는 오프라인에 실제 견본주택을 건립해야만 하고 특수장비로 사진을 찍고 편집해 만드는 것이라면, 집뷰의 VR 콘텐츠는 모델하우스를 짓지 않고도 디지털 모델하우스를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뷰를 통해 분양상품 내부공간과 외관은 물론 조망, 입지 환경 등을 생생하게 체험해 볼 수 있고, 건립되지 않은 집의 내·외부 정보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모델하우스와 콘텐츠 홍보에 들어간 간접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건설사는 집뷰 서비스를 통해 VR콘텐츠 기반의 디지털 모델하우스를 온-오프라인으로 전국에 운영할 수 있고, 일반 소비자는 더 편리하고 생생하게 집을 볼 수 있고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집뷰에서 보는 빌리브하남 내부 투어 화면. 실내뿐 아니라 외부 곳곳을 360도로 볼 수 있다. /집뷰 홈페이지


권 대표는 "소비자가 정보를 직접 경험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VR 콘텐츠 서비스가 부동산 거래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창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창업 후 처음 찾아간 대림산업이 첫 파트너로 손을 잡아줬다"며 "대림이 새로운 기술과 시도에 열려 있었고, 실제 해보니 판매자와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았고, 사업 파트너가 계속 늘어났다"고 밝혔다.


집뷰가 출시된 이후, 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유명 공인중개사와 전문가들이 유튜브와 전국 파트너 부동산중개업소 3000여곳에서 집뷰의 VR 콘텐츠 서비스를 부동산 분양 마케팅과 중개에 활용하고 있다. 올림플래닛은 집뷰를 통해 공인중개업자들과의 상생을 추구하며 연결망(네트워크)를 키워가고 있다.

권 대표는 "‘집뷰’를 공급자와 소비자를 간편하고 쉽게 연결시키는 오픈 플랫폼으로 계속 키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급자가 집뷰에 상품을 등록하고, 공급자와 소비자가 집뷰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우고, 많은 비용을 유발하는 하도급식 분양 구조를 디지털화하고 시장을 선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는 금융, 법률, 인테리어, 이사 등 다양한 부동산 연계 서비스를 연결해 새로운 부동산 생태계를 이루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권 대표는 "올해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도 꾀할 것"이라며 "해외 진출로 시장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지윤 기자 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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