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 열전]③ "쇼핑하듯 홈인테리어도 쉽게"

          

멋진 인테리어는 특별한 이들의 관심사 정도로나 여겨지기 일쑤였다.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남의 것이고, 우리 집이 그리 될 수 있단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시간도 돈도 넉넉한 누군가의 우아한 취미 정도로 여겼고, 그저 맘에 드는 벽지와 가구, 가전 정도만 갖추면 꽤 괜찮은 인테리어라고 느꼈다.

이런 생각이 바뀐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가 처음 진출한 뒤 홍대 부근에 문을 연 카페들은 담배 연기와 어두컴컴한 조명 대신 개인의 취향을 농밀하게 반영한 인테리어로 소비자의 발걸음을 잡았다. 소비자들은 카페나 음식점에서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올리며 ‘쓸만한’ 취향을 자랑했고, 많은 이들이 "집도 카페 같으면 좋겠다"며 집을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지인 오피스텔 인테리어에 창업 결심…111억원 투자받은 ‘기대주’로

인테리어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제품을 파는 온라인업체 ‘오늘의집’은 이런 트렌드 변화를 정확히 짚었다. 2014년 7월 회사 설립 이후 5년 만에 누적 어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518만회를 돌파했고, 월간 앱 활성 이용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동안 받은 투자금만 111억원에 달한다. 배달의민족을 알아본 본엔젤스, 패스트파이브와 직방에 투자한 IMM인베스트먼트 같은 베테랑 투자사도 오늘의집을 ‘될성싶은 떡잎’으로 봤다.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창업자 이승재 대표(32·사진)는 서울대 화공과를 나왔다. 태양광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쓰레기를 압축하고 잔량을 재는 이큐브랩이라는 회사를 공동 창업하며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 그런데 전공대로 진로가 펼쳐지진 않았다. 플랫폼과 모바일, 디자인, 마케팅 등 여기저기 다른 분야에 너무 관심이 많았다. 대학교 4학년 땐 전공을 버리고 해외에서 디자이너가 되는 계획까지 짰다.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첫 회사의 기업 이미지(CI)와 카탈로그도 직접 만들었다. 어차피 디자이너도 없으니 "내가 하면 되겠다는 생각"에서 였다. 사무실 인테리어까지 손을 댔다. 구로디지털단지의 전형적인 네모 반듯한 사무실을 실리콘밸리처럼 꾸며보고 싶었다. "주말까지 일하는데, 일하고 싶은 공간이면 더 좋지 않겠느냐"라며 친구들을 설득했고, 결국 1000만원을 받아 165㎡(50평)짜리 사무실을 꾸몄다.

그러면서 인테리어에 재미를 느꼈다. 제대로 창업 욕구가 분출된 건 지인의 오피스텔을 방문하고서 였다. 집 한편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고, 아일랜드 바에는 맥주와 와인이 진열돼 있었다. 책장에는 손때 묻은 책이 가득했다. 첫눈에 여기 사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조그만 집이 이렇게 사는 사람의 취향을 풍길 수 있구나 싶어 온몸이 찌릿했고 "이거다" 싶었다고 한다.


"옷 사는 것만큼 쉽게 인테리어도 바꿀 수 있어요"

인테리어 콘셉트를 가진 소비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힘 안 들이고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오늘의집이 내세운 목표다. 가격, 방법, 스타일, 예산 등 지나치게 갈림길이 많은 인테리어 과정을 표준화하는 것인데, 오늘의집 앱에서 주거형태와 면적, 스타일, 예산 등을 설정하면 원하는 인테리어 사례가 나오고 계약·구매·시공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까지 제시하는 식으로 현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80만건이 넘는 인테리어 사례와 더불어 인테리어 고수들의 콘텐츠가 많아 초보자도 필터 검색으로 원하는 인테리어를 모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이렇게 서비스를 이용하며 ‘생각보다 쉽게’ 공간을 바꾼 소비자들은 오늘의집의 팬이 됐다. 이용자들이 올리는 인테리어 노하우는 83만건이 넘었고, 커머스 거래액도 4월 30일 기준으로 누적 1500억원을 돌파했다. 4월 기준으로 월 150억원 정도의 거래액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거래액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8월 500억원이었던 거래액은 올해 1월 2배인 1000억원이 될 정도로 상승세를 탔다.

트렌드 변화에 맞춘 새로운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수천만원어치의 과시용 혼수 대신 부부의 취향만을 오롯이 반영한 신혼살림을 선보이는 신혼가구관을 출시했다. 스토어와 인테리어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공 전문가 서비스도 4월 출시했다. 이 대표는 "이를 통해 앞으로 인테리어의 모든 과정을 오늘의집에서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인테리어 플랫폼을 꾸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컨시어지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인테리어 콘셉트가 있지만, 시간이 없어 직접 시도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해 전문가 솔루션을 제시하는 서비스다.

이 대표는 아직도 획일화하고 삶의 취향이 반영되지 않은 공간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런 공간을 요리하거나 옷을 사는 것처럼 쉽고 예쁘게 바꾸는 방법을 제시하다 보면 오늘의집도 좋은 기업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 대표는 지인의 오피스텔에서 느꼈던 짜릿한 충격처럼 좋은 공간은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의집이 펼치는 사업은 온라인 서비스로 그치는 게 아니라 물리적 공간을 바꾸는데 영향을 주고, 세상을 더 좋게 바꾼다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 kinoeye@chosunbiz.com]



chosunbiz.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