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 열전]⑤ "토지·건물 거래 투명성 높인게 큰 일"…밸류맵의 초석


"그동안 감춰져 있던 토지 거래 정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우리가 이룬 가장 큰 일 같아요."

김범진(35·사진) 밸류업시스템즈 대표의 첫 마디는 당찼다. 그는 "그동안 토지 거래 가격 정보는 꽁꽁 숨겨져 있던 미개척지"라며 "앞으로는 실거래가 공개뿐 아니라 매물 서비스도 도입해 가상현실(VR) 기술로 지방에 있는 토지나 공장도 서울 부동산 중개업소에 앉아 생생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정평가사 출신 김 대표는 2017년 7월 토지와 건물 등의 실거래가를 지도상에 보여주는 밸류맵을 창업했다. 김 대표가 현재의 밸류맵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IT 기술이 낙후된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부동산평가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겠다는 신념으로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를 경험한 그는 토지 실거래가 데이터에 집중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토지 실거래가 자료에는 지번이 나와 있지 않은 점을 파악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 점에 착안해 지번을 찾아내는 부동산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지번까지 지도에 표시하는 기술을 가졌다.

밸류맵은 토지와 주택, 빌딩, 공장, 상가의 실거래가를 지도 위에서 보여주는 서비스를 한다.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의 실거래가를 보여주는 서비스는 많지만, 토지와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현재 밸류맵에는 토지 350만여건, 건물 210만여건 등 약 530만건의 실거래가 데이터가 구축됐다. 민간업체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실거래가는 연간 80만건 정도 업데이트된다.

김 대표는 "처음 밸류맵을 선보였을 때만 해도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실거래가를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가격을 흥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였기 때문에 업자들로부터 ‘거래 정보를 내려달라’는 항의를 받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밸류맵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오히려 중개인이 매도∙매수인의 호가 차를 줄이기 위해 밸류맵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고객층이 됐다"고 말했다.



밸류맵은 기존 부동산 매물 정보에 VR 기술을 적용해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밸류맵은 VR 전문 스타트업인 에이투젯과 손잡고 토지와 공장 빌딩 등의 부동산 매물에 VR을 도입한 ‘밸류윙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밸류맵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오는 6월 매물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밸류윙스를 이용해 빌딩 입구를 클릭하고 들어서면 마우스를 움직여가며 이곳저곳을 살펴볼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클릭해 들어간 다음 지하층을 누르면 지하로, 10층을 누르면 10층으로 이동해 건물 어느 곳이든 찾아볼 수 있다. 토지의 경우 드론을 활용해 공중에서 입체적으로 촬영해 보여줄 예정이다. 밸류맵은 오는 8월 IBK기업은행과 손잡고 산업용 부동산 전문 플랫폼을 처음으로 내놓는다.


김 대표는 "원룸이나 아파트의 경우 규격화된 공간인 경우가 많지만, 토지나 상가, 공장 등은 매물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VR 서비스 효과가 더 크다"며 "서울에 사업장이 있지만, 지방에 공장을 지으려는 소비자도 전국의 공장 매물을 밸류맵 VR 서비스로 외부와 내부을 걸어다니듯이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김 대표는 밸류맵이 거래 정보를 제공할뿐만 아니라 거래 전반에 참여해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밸류맵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기업으로 미국의 유명한 프롭테크 스타트업 오픈도어(Opendoor)가 있다"며 "오픈도어는 주택 가격 평가 스타트업으로, 주택을 매입한 고객에게 대출과 보험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오픈도어에 4억달러(4500억원)을 투자해 화제가 됐다. 4년차에 불과한 오픈도어의 기업 가치는 20억달러(2조3000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건물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에게 물건을 매입할 때부터 리모델링을 하고, 매도하는 순간까지 필요한 서비스를 확장시키겠다"며 "건물을 리모델링한다고 해도 소비자는 시장 가격을 알 수 없어 정보 비대칭이 생겨나고, 이런 문제는 전반적인 ‘깜깜이 시장’의 성격이 어디에나 드러나있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밸류맵은 부동산 정보 비대칭을 맞춰나가는 게 목표"라며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을 만들고, 토지·건물 거래를 떠올렸을 때 첫 번째로 떠오르는 상징적인 플랫폼으로 자리잡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기자 mj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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